‘삼성 수뇌부’ 소환 앞둔 특검 “끝장 볼 것”…삼성 “피해자”

‘삼성 수뇌부’ 소환 앞둔 특검 “끝장 볼 것”…삼성 “피해자”

입력 2017-01-05 15:16
수정 2017-01-0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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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靑-삼성 ‘삼각 커넥션’ 주목…삼성 ‘공갈·강요 프레임’ 대응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번 수사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핵심 수뇌부 소환 조사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삼성그룹은 결과적으로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에 자금이 흘러간 것은 사실이지만 청와대의 압박 때문이라는 ‘공갈·강요 프레임’으로 특검 수사에 대비하기로 대응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 단계부터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5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특검은 이르면 6일부터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를 차례로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삼성 측과 소환 일정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삼성 등 관계자 수사는 현재 당연히 진행될 예정”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소환 계획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3일 승마협회 부회장을 맡았다가 청와대의 요구로 ‘축출’된 것으로 알려진 이영국 삼성전자 상무를 비공개 소환 조사하면서 본격적인 삼성그룹 수뇌부 조사에 시동을 걸었다.

수뇌부 소환은 국민연금, 박 대통령, 삼성그룹 간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가 종반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제는 끝장을 봐야 할 상황이어서 매우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며 “이제 (삼성 수뇌부 조사 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문제만 남아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2015년 7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대 행사인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대가로 삼성그룹이 박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국민연금, 청와대, 삼성 간의 ‘3각 커넥션’ 입증에 공을 들여왔다.

이 특검보는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을 전날 소환한 것과 관련해 “삼성 등 대기업 뇌물 의혹과 관련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법조계에서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구속으로 청와대가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상당 부분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사를 통해 합병 찬성을 주도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내부 투자위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가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복지부가 청와대에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올린 정황도 포착됐다.

특검팀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긴밀한 공조 속에서 당시 삼성 합병 찬성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던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원회에 합병 안건이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한편, 홍 전 본부장 주도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내부 결론을 내리는 방식으로 삼성 합병 찬성 결정이 나오도록 했다고 의심한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 찬성 결정을 지시했다고 볼 수 있는 여러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단과 만나 제3자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서도 없었다”며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삼성 합병이 당시 “국민의 관심사”였고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은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박 대통령이 당시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메니지먼트의 공격을 받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합병 동향에 관심을 보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8일 만인 2015년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독대하면서 “임기 중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덕담’을 한 정황이 담긴 청와대 ‘말씀자료’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날 삼성의 숙원 사업 해결 직후 박 대통령이 기다렸다는 듯이 삼성 측에 최씨가 지배하는 비덱스포츠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한 정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삼성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 독대 때 삼성의 승마 선수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질책하는 한편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관리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적극적 지원을 해 주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은 특히 이 부회장 독대 다음날 안 전 수석 수첩에 박 대통령이 당시 승마협회 부회장이던 이영국 삼성전자 상무를 경질하도록 요구한 내용이 적힌 것 역시 최씨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 따른 최씨 측 불만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한다.

이에 대해 삼성은 박 대통령과 김종 전 차관 등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의 집요한 압박에 못 이겨 최씨 측을 지원하게 됐다는 취지로 특검 조사에 응하는 쪽으로 대응 방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합병 찬성 등을 대가로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되면 삼성그룹 수뇌부가 뇌물 공여자로 처벌을 받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 대안으로 삼성 측이 제시하는 프레임이 ‘공갈·강요’ 논리로 보인다. 공갈죄는 누군가에게 재물을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야 성립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재산 처분을 하도록 강제하는 행위가수반돼야 한다. 이런 행위는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의사표시 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다만, 삼성의 최 씨측 지원이 원천 무효나 취소가 될 정도에 이르는 방법까지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협박이나 위력, 폭행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결국 삼성 측은 협박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박 대통령의 매우 강력한 의사표시가 있었고 이를 ‘사실상 지시’로 받아들여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뇌물죄 적용은 피하고 공갈 성격을 부각하려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과 삼성이 모두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는 가운데 특검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입증을 위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창과 방패의 싸움’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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