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AI 시대의 기우제

[씨줄날줄] AI 시대의 기우제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6-08-05 00:50
수정 2026-08-05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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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에는 비, 바람, 구름을 관장하는 우사(雨師), 풍백(風伯), 운사(雲師)가 등장한다. 농경과 직결되는 자연 현상을 다스리는 이 신들은 오랫동안 가뭄과 홍수 같은 기후 재난 앞에서 인간이 마지막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구원의 존재였다.

가뭄이 극심할 때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제의 역사는 깊다. 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 가뭄이 들면 명산에 신하를 보내 제사를 지냈다. 고려 시대에는 국교인 불교 의례와 도교·유교·민간 신앙이 결합된 독특한 기우제가 발달했다.

조선은 기우제를 국가 공식 의례인 ‘국조오례의’에 포함시켜 운용했다. 국왕은 가뭄을 ‘부덕의 소치’로 여겨 삼베옷을 입고 수라상의 음식 가짓수를 줄이는 등 절제와 수양에 힘썼다. 땡볕 아래 멍석을 깔고 앉아 칠일간 기도하거나 기우제를 직접 주관하기도 했다. 왕위에서 물러나 병석에 누웠던 태종은 가뭄으로 백성들이 큰 고통을 겪자 “내가 죽어 영혼이 있다면 반드시 하늘에 아뢰어 백성들에게 단비를 내리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런데 임종 직후 하늘에서 비가 내리자 음력 5월 10일 무렵의 단비를 ‘태종우’(太宗雨)라고 부르게 됐다.

기상학과 수리 시설이 발달하고 국가 재난 대응 체계가 정착하면서 기우제는 거의 사라졌다. 일부 지역에서만 민속 의례로 명맥을 잇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행해진 경남 양산의 가야진용신제가 대표적이다. 1997년 경상남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매년 봄 음력 3월에 제례를 거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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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가뭄이 덮치면서 최근 기우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남 창녕군과 창녕군농업인단체협의회가 사직단에서 기우제를 지냈고, 30일에는 가야진용신제가 열렸다. 함안군도 지난 3일 단비를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인공지능(AI)이 초고속으로 발전하고, 인류의 화성 이주를 꿈꾸는 시대. 아이러니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2026-08-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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