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하야 크리스마스’ 달콤한 캐럴 사이로 씁쓸함이 흘렀다

[현장 블로그] ‘하야 크리스마스’ 달콤한 캐럴 사이로 씁쓸함이 흘렀다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6-12-25 22:30
수정 2016-12-2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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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성탄절 전야, 9차 촛불집회와 보수단체의 맞불집회의 경계선인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 앞 도로에 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찬반 격론이 맞부딪치는 지대였습니다. 성탄절 전야에 열린 집회는 일견 축제 같았지만 금세 구호를 외치는 시위로 바뀌었습니다. 흥겨움과 서글픔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축제인데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소위 ‘웃픈 축제’라고 불렀습니다.

박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동반 퇴진을 촉구하는 9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하야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캐럴 ‘징글벨’은 ‘촛불 이겨서 하야한다면 흥겨워서 소리 높여 노래 부를래’로,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메리 크리스마스)는 ‘근혜는 아니다’로 개사해 불렀죠. 한쪽에서는 폭죽이 터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박근혜 즉각 퇴진”이라는 구호가 나왔습니다.

남편, 아들과 함께 광장에 나온 류재호(47)씨는 “‘웃픈’ 현실이다. 캐럴이 나오니 축제 같은 기분도 들지만, 여기에 나온 이유를 생각하면 즐길 수만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아지 ‘만두’를 데리고 집회에 참석한 박영수(66)씨는 “좋은 날이지만 기쁘지가 않다. 박 대통령은 이 추운 날 시민들 고생시키지 말고 빨리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예비부부 유모(32)씨와 이모(31·여)씨는 두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 이씨는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다 놀러가고 집회에 아무도 안 나올 것 같았다. 광장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왔다”며 “결혼하면 아이를 낳게 될 텐데, 우리 아이가 살아갈 나라는 더 좋은 나라였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용서와 평화, 사랑의 날입니다. 피부색과 정치적 성향, 종교를 떠나 전 세계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야, 탄핵, 퇴진 같은 말은 크리스마스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다시는 ‘하야 크리스마스’ 같은 성탄 인사를 주고받을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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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12-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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