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 행복운전] 사고 43% 뚝·통행 속도 쑥…빙글빙글 돌면 안전은 ‘방긋’

[교통안전 행복운전] 사고 43% 뚝·통행 속도 쑥…빙글빙글 돌면 안전은 ‘방긋’

류찬희 기자
입력 2016-11-23 17:52
업데이트 2016-11-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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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교통사고 줄이는 지름길, 회전교차로

전체 교통사고의 45%는 교차로에서 발생한다. 특히 교차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0%를 차지한다. 교차로 교통사고는 차 대 사람 간 사고도 많아 중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시설 개선이 요구된다. 교차로 사고를 줄이는 것이 교통사고 감소의 지름길인 셈이다. 교통사고 발생이 많은 일반 교차로를 회전교차로로 바꾸면 교통사고 발생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이 검증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회전교차로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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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소방서 앞 회전교차로. 신호 없는 교차로로 운영되던 이곳에 회전교차로가 설치된 이후 교통사고가 크게 감소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서울 종로소방서 앞 회전교차로. 신호 없는 교차로로 운영되던 이곳에 회전교차로가 설치된 이후 교통사고가 크게 감소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회전교차로(Roundabout)는 1960년대 영국이 개발한 교차로 통행 시스템이다. 세 방향 이상의 도로를 원형 공간을 통해 연결한 것으로, 원형 공간의 중앙에는 통행을 금지하기 위해 ‘교통섬’이 설치된다. 우측통행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통과한다. 유럽이나 미국, 호주 등에서는 회전교차로 도입이 활발하지만 우리는 아직 시작 단계다.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 사거리와 종로소방서 앞 교차로. 교통량이 많은 곳인데도 통행우선권이 명확하지 않아 자동차와 보행자가 뒤엉켜 툭하면 접촉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 2011년부터 회전교차로가 생기면서 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23일 아침 출근길, 세종행복도시 시청대로. 우리나라에서 회전교차로가 가장 많은 곳이다. 4㎞ 구간에서 세 방향의 회전교차로 7개가 운영되고 있다. 시청과 교육청 등 공공기관과 국책연구기관이 들어서면서 통행량이 부쩍 늘어났고 주민 통행도 많은 곳이다. 그러나 일반 횡단보도 두 곳을 빼고는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다. 출근길임에도 차량이 정차하지 않으면서 교통 흐름이 원활했다.

운전자들은 교차로 가까이 접근하면서 좌우를 살핀 뒤 서서히 진입했다. 과속방지턱이 설치된 진입 교차로 앞에서는 속도를 30㎞ 정도로 줄였다. 다만 운전자들이 아직 회전교차로에 익숙하지 않고 통행 우선순위가 헷갈려 멈칫거리는 경우도 보였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교통안전공단이 주최한 교통안전 토론회에서 안우영 공주대 교수는 “신호 교차로는 통행량과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신호를 주기 때문에 교통 흐름이 끊어지고 지체 현상이 발생하지만, 회전교차로는 신호 정지 없이 연속적으로 흘러가 교통 흐름이 원활하다”며 “교차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확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전교차로 설치 효과는 이미 검증됐다. 한국교통연구원 회전교차로 지원센터가 2010~2013년 완공된 회전교차로 324곳을 대상으로 효과를 분석한 결과 회전교차로 설치 이전보다 교통사고 건수가 43.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사고는 9건에서 5건으로 44.4% 감소했고, 중상 사고도 192건에서 89건으로 53.6%나 떨어졌다. 작은 사고 역시 30% 이상 감소했다. 교차로 통행 시간은 26.2% 단축됐다.

효과가 입증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도 회전교차로 설치에 뛰어들었다. 전국에서 5만 8000개의 교차로가 신호로 운영되고 있다. 비신호로 운영되는 교차로도 상당수 있다. 교통량에 따라 교차로를 일률적으로 신호 또는 비신호로만 운영해 불필요한 대기시간 증가와 잦은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회전교차로를 건설하고 있다. 2015년 말 현재 전국에 443개(국비지원사업 기준)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올해 말까지 461곳으로 늘어난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도 100여곳에 이른다. 국민안전처와 국토부가 주축이 돼 회전교차로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안전처는 2022년까지 해마다 130여곳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회전교차로 설계 지침을 마련해 지난해부터 하루 교통량 1만 5000대 미만의 일반국도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하고 있다. 경찰청은 신호가 없는 교차로 통행우선권을 확립해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에 진로를 양보하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운전면허시험에도 통행우선권 관련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정부가 회전교차로 건설을 확대하고 있지만 회전교차로 사업을 지원할 별도의 전문기관이나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도로 설계뿐 아니라 회전교차로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들도 지식이 부족해 설계와 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계가 다소 잘못된 회전교차로도 꽤 많다. 우선 하루 교통량이 1만 5000대(시간당 2000대)를 넘지 않아야 한다. 교통량이 많은 구간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면 교차로에서 차가 엉켜 흐름이 끊긴다. 회전교차로라도 통행 차량이 증가하면 일반 신호 교차로로 바꿔야 한다. 교통섬의 반경이 작으면 차들이 꼬여 버려 꼼짝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경남 창원 상남광장과 서성광장 회전교차로가 일반 교차로로 바뀐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회전교차로 통과 때 교통섬을 중심으로 교차로 차로를 곡선(S자 선형)으로 설계하는 게 필수다. 교차로 차로를 직선으로 만들면 속도를 줄이지 않아 되레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또 횡단보도를 설치할 경우 회전교차로에서 6m 이상 떨어진 곳에 해야 한다. 회전교차로를 설치하고 남은 공간이 생기면 주정차 및 추월 차로로 사용돼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분리 교통섬이나 화단 등을 설치해야 한다. 교차로 안쪽 교통섬에는 나무나 꽃을 심어 미관을 개선하거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도 좋다.

한국교통연구원 회전교차로 지원센터는 전국의 회전교차로 설치를 자문해 주고 있다. 센터는 회전교차로 사업의 타당성 평가, 설계 자문, 효과 평가, 공무원 교육과 연구를 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조한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교통사고 감소가 검증된 만큼 회전교차로를 확대 설치하는 동시에 통행 요령 교육도 뒤따라야 한다”며 “회전교차로 설치에 앞서 전문가에게 안전과 원활한 흐름을 감안한 설계를 자문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6-11-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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