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최순실 의혹’ 정공법 선택…존립 위기 정면돌파 의지

檢 ‘최순실 의혹’ 정공법 선택…존립 위기 정면돌파 의지

입력 2016-10-27 15:01
수정 2016-10-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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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 개편 고민하다 막판 특수부 투입·특수본 구성 결정수사역량·의지 시험대…정권 입김 벗어나 수사 공정성 확보 관건

검찰이 27일 ‘비선실세’로 드러난 최순실(60)씨 관련 의혹을 규명하고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키로 한 것은 성역 없는 수사로 검찰의 위신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권 눈치를 보며 수사를 미적댄다는 외부 비판과 검찰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는 시선을 무마하기 위해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국내 최고의 수사인력이 포진한 서울중앙지검 이영렬 지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내세운 것도 검찰의 의지를 가늠케 한다.

지난달 29일 시민단체의 고발로 최씨 관련 의혹이 검찰 수사로 넘어오면서 검찰은 시험대에 섰다.

하지만 외부에선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박근혜 대통령을 ‘언니’로 부르며 사실상 정권의 막후 역할을 했다는 최씨를 상대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많았다.

실제 고발장 접수 후 엿새가 지나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사건이 배당되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착수에 뜸을 들이면서 우려는 증폭됐다.

검찰은 주요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하고 수사인원을 추가 편성하는 등 나름대로성의를 다해 수사해왔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외부에선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런 가운데 24일 언론 보도를 통해 청와대 문서 유출 의혹이 불거지고 박 대통령이 사실상 이를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거북이 수사’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검찰로서는 존립 근거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라도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애초 검찰은 7명으로 짜여진 현 수사팀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 검사를 일부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데다 단순한 수사팀 확대로는 외부의 의구심과 비판을 불식시키기 어렵다고 보고 최정예 수사진용을 갖춘 특별수사1부를 통째로 투입해 수사본부를 구성하는 쪽을 택했다. 여기에는 김수남 검찰총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새로운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되면서 검찰총장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특별수사본부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한창 논의 중인 특별검사제 도입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이 전날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인 특검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최순실 특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많다. 검찰로선 더 큰 역풍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의혹 해소를 위해 고강도 카드를 빼들었지만 앞길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관측도 있다.

관건은 수사의 공정성 확보인데 수사팀을 재편하고 규모를 키운다고 그동안 쌓인 불신을 털어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은 여전하다.

청와대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검찰 인사권을 쥔 청와대 민정수석실 통제를 벗어나 독립적인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정치권의 특검 도입 논의가 무르익으면 수사 동력이 떨어져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핵심은 수사팀 형태와 규모가 아니라 수사 역량과 의지”라며 “검찰이 정권의 입김에서 벗어나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섰다”고 분석했다.

수사본부장을 맡은 이영렬 지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적 의혹 사건의 수사 책임자가 된 데 대해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며 “최선을 다해 성역 없이, 지위고하 막론하고 실체적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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