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벌레·갈색날개매미충·꽃매미…외국산해충 발생면적 2배로

선녀벌레·갈색날개매미충·꽃매미…외국산해충 발생면적 2배로

입력 2016-08-13 07:29
수정 2016-08-1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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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봄 기온 높아 부화율↑, 폭염으로 산란율 높아질 듯

국내에 유입된 외래 해충이 올해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발생 면적이 예년에는 통상 20∼30%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해충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작년보다 배나 급증했다.

원인은 기온 상승이 꼽힌다. 알 상태로 있는 겨울철과 성충이 되는 봄·여름철 기온이 예년보다 오른 것이 원인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농림 당국이 방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천적이 없는 상황에서 농경지와 산을 오가며 증식하는 외래해충의 특성을 감안할 때 묘책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 외래해충 발생 면적 배 증가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 등 외래해충의 습격이 올해 들어 거세졌다. 고온 건조한 날씨 탓에 발생면적이 배 이상 증가한 해충도 있다. 마치 전국의 산림과 농경지를 휘젓고 다니는 모양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미국선녀벌레 발생면적은 8천116.4㏊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9개 시·도, 60개 시·군에서 발생했다. 43개 시·군 4천25.7㏊에서 미국선녀벌레가 발생했던 지난해보다 102%나 증가한 것이다.

올해 발생면적은 지난달 4∼15일 조사된 것이다. 폭염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는데 발생면적이 더 넓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때 경기지역 발생면적은 20개 시·군 2천917.2㏊이었으나 경기도가 최근 재조사한 결과 23개 시·군 농경지 6천198㏊, 31개 시·군 2천618㏊ 등 8천816㏊로 급증했다.

농진청이 조사한 전국 발생면적보다도 넓다. 다른 시·도 역시 추가 조사에 나선다면 발생면적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선녀벌레는 작물 즙을 빨아 먹고 그을음병을 유발하는데, 배와 포도, 인삼, 콩 등 주요 농작물 수확량이 20∼30%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과 인도 등이 원산지인 갈색날개매미충도 급속히 번지고 있다. 지난해 6천958.2㏊에서 올해 1만1천275.9㏊로 발생면적이 62.1%나 증가했다.

수액이나 과즙을 빨아 먹고 자라다가 여름·가을철에 나뭇가지 속에 알을 낳아 번식하는데, 방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묘목이 판매되는 내년 봄철 더 넓게 퍼질 수 있다.

발생면적이 2006년 1㏊에 불과했던 꽃매미의 발생면적은 10년 만에 12개 시·도, 83개 시·군 2천561.3㏊로 급증했다. 2014년 1천799.6㏊에서 지난해 1천175.9㏊로 34.7%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올해 다시 117.8%의 증가율을 보였다.

꽃매미는 포도나무 등 과수에 침을 꽂아 수액을 빨아먹으며 과수 생장을 지연시키고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 따뜻한 겨울·봄 부화율↑, 가마솥 더위에 산란율↑

알 덩어리로 겨울을 난 뒤 늦은 봄에서 초여름 부화하는 해충 발생은 기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겨울철 기온이 낮으면 자연 치사율이 높아지고 5∼6월 기온이 낮으면 자연부화율 역시 낮아진다.

그러나 지난 겨울과 올해 봄은 정반대였다. 예년보다 기온이 높아 해충 부화율이 높아진 것이다.

남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유입된 작년 12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3.5도로 예년(1.5도)보다 2도 높았고 올해 1월의 평균기온은 예년(영하 1도)과 비슷한 영하 0.9도, 2월에는 예년(1.1도)보다 포근한 1.7도가 기록됐다. 해충 입장에서는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낸 셈이다.

지난 5∼6월의 기온도 해충 부화에 적합했다.

남서풍 계열의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5월 전국 평균기온이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18.6도를 기록했고 6월에도 평년보다 1.1도 높은 22.3도를 기록했다.

가축 폐사를 초래한 폭염은 해충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지난달 하순부터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시작됐고 장마 기간 강수량도 평년보다 적어 8∼9월 산란율이 예년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비가 많이 자주 오면 외래해충 치사율이 높아질 텐데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란율이 꽤 높아졌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겨울 기온이 뚝 떨어지지 않으면 내년에는 발생면적이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 방제 시원찮고 천적도 없어

외래 벌레의 기본 서식지는 산림이다. 나무에 붙어살다가 8∼9월 알을 낳는다.

과수농가 등에서는 초봄에 알집을 제거하지만 외래해충이 농경지 인근 산림 지역에서 번식하다 보니 방제율이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5∼6월 약제를 살포할 수 있지만, 농경지와 산림을 아우르는 방제가 이뤄져야 한다. 헬기로 약제를 살포해도 숲 속 바닥까지 스며들기 어려워 방제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가장 좋은 방제법으로는 ‘천적 곤충’이 거론된다.

유럽의 경우 미국선녀벌레의 천적인 집게벌을 북미에서 들여와 퇴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천적 도입은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고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 쉽게 선택되지는 않는다.

농진청 관계자는 “천적이 스스로 외래해충을 찾아다니기 때문에 방제 효과가 크지만 프랑스 사례를 보면 방제에 16년이나 소요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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