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자살내몬 부장검사 해임” 檢 ‘조폭문화’에 제동

“후배 자살내몬 부장검사 해임” 檢 ‘조폭문화’에 제동

입력 2016-07-27 11:00
수정 2016-07-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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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폭행 비위’로 해임은 첫 사례

검찰이 27일 고(故) 김홍영(33) 검사를 자살로 내몬 김모 부장검사에게 ‘해임’이라는 최고 수준 징계를 내리기로 한 것은 조직에 여전히 팽배한 전근대적 상명하복 문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뇌물을 받거나 직권을 남용해 해임된 사례는 있었지만 김부장검사 처럼 후배에 대한 폭언·폭행이 이유가 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로서는 이번 사건이 드러낸 조직 문화의 민낯이 뇌물수수나 직권남용에 비견할만한 심각한 문제라 보는 셈이다.

그간 감찰을 통한 검사 해임 사례는 2013년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된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 피의자와 성관계를 한 전모 검사, 매형 로펌에 자신이 수사한 피의자를 소개한 박모 검사 등이 있었다.

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은 27일 김 부장검사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고인의 죽음 같은 안타까운 일의 재발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검찰 내부 문제를 겸허히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조직 안팎의 의견을 모아 부장검사 이상 등 관리자급 검사의 역할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평검사들이 조직 상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 김홍영 검사는 숨지기 전 친구들에게 김 부장검사가 술에 취해 때리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일 처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폭언하는 등 부당대우를 당했다고 말했다. 과다한 업무량에 심각한 스트레스도 호소했다.

그러나 사건 초기 검찰 일각에선 “김홍영 검사와 같은 일은 모두 한 번씩 겪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도 있었다. 강압적 지휘와 무조건적 복종이 만연한 검찰 조직에선 흔한 일이란 얘기였다.

법조계에선 이런 ‘조폭’같은 문화가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평검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피라미드 지휘 구조에서 나온다고 본다. 위에서 아래로 명령이 하달되기만 할 뿐 아래에서 위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법에 규정됐던 검사동일체 원칙이 사라져 형식적으로는 검찰총장과 검사로 모두 분류되지만 사실상 검찰 조직은 철저한 위계에 따라 움직인다.

이런 구조에서 평검사는 상사로부터 폭언과 모욕 등 부당대우를 당해도 꾹 참거나 이런 문화를 아래로 대물림할 수밖에 없다. 김홍영 검사의 죽음에 동기 검사 등 젊은 법조인들이 집단적 목소리를 낸것이 이례적 일로 평가받는 이유다.

김홍영 검사의 아버지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여전히 많은 검사가 아들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을 수있다”며 “검찰 조직에 대한 새로운 뭔가가 이뤄지는 게 아들의 명예를 되찾을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홍영 검사는 유서에 업무 스트레스와 검사 직무의 압박감을 토로했다. 김 검사의 부모는 아들이 상사의 폭언과 모욕에 자살로 내몰렸다며 6월1일 사실을 밝혀달라고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검찰청은 남부지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고, 김 부장검사는 6월10일 서울고검으로 전보됐다. 그러나 김 검사가 친구들에게 보낸 ‘상사가 술에 취해 때린다’, ‘죽고 싶다’ 등의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되자 감찰에 나섰다.

정병하 감찰본부장은 “검찰 조직과 시대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상하 관계, 구태의연한 리더십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통렬한 반성의 마음으로 간부 해임 결정을 내렸다”며 “유족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하고 검찰 문화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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