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시설물이나 차량에서 가스 유출 가능성 떨어져”
부산 해운대 모습.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부산 해안을 따라 퍼졌던 가스 냄새의 원인이 사흘째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부산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는 관계 당국과 3차례나 대책회의를 했지만, 아직 가스 냄새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23일 밝혔다.
부산시 등은 애초 대형 차량에서 가스가 누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고를 접수한 시간대에 광안대교를 통과한 탱크로리 4대를 추적했다.
21일 오후 5시 31분 해운대구 중동에서 처음 신고전화가 걸려온 후 남구 대연동, 동구 초량동, 사하구 괴정동을 지나 강서구 명지동으로 냄새가 이동하면서 오후 7시 30분까지 2시간가량 순차적으로 200건이 넘는 신고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신고를 접수한 당시 부산도시가스 직원과 소방관, 공무원 수백 명이 현장을 돌아다니며 주요 시설물 등지에서 가스가 새는 곳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했지만, 누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냄새가 동부산에서 서부산으로 비교적 완만한 속도로 퍼져나가 이 방향으로 이동한 차량을 의심한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 등이 추적했던 탱크로리 4대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가스류가 아니라 휘발유나 기름을 운반한 것으로 확인된 데다가 이들 차량의 동선과 냄새 진행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는 이들 차량에서 시료를 채취해 냄새를 분석할 예정이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육지에 있는 고정 시설물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냄새가 사방으로 퍼진 게 아니어서 고정 시설물도 고려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해안을 따라 동부산에서 서부산으로 이동한 대형 선박이 냄새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보고 부산해양경비안전서(해경)에 당시 운항한 선박에 대한 정밀 조사를 요청했다.
가스 운반선 등 위험물을 적재한 선박은 운항 전에 신고하게 돼 있고, 가스 냄새가 난 시점에 그런 배 운항은 없었다고 해경이 설명했지만, 다른 가능성도 열어 놓고 조사해보자는 취지에서다.
부산시는 휴일인 23일에도 재난상황실을 운영하며 가스 냄새의 원인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원인을 찾기 어려워지는 데다가 부산시민의 3분의 1가량이 같은 냄새를 맡았는데도 사흘째 원인을 찾지 못해 시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이틀째 잠도 설치고 있는데 뭐 하나 제대로 (원인이) 나오는 것은 없다”면서 “불안감만 높아지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불안해서 부산 여행을 취소했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다른 네티즌은 “진짜 불안하다. 제발 제대로 된 원인을 빨리 찾아달라”면서 “그렇다고 괴담을 퍼트리진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가스 냄새가 진동한 후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괴담 수준의 억측까지 나돌았다.
지진 전조현상으로 땅속의 유황 가스가 분출해 냄새가 났다는 설부터 광안대교 도색작업 과정에서 시너와 가스가 유출돼 냄새가 났다는 얘기 등이 나왔다.
심지어는 북한에서 유독가스를 넣은 미사일을 쐈다거나 원전과 관련이 있다는 다소 황당한 억측까지 돌아다녔다.
부산시는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안전본부, 부산도시가스, 부산해경은 물론 부산기상청, 낙동강유역환경청, 부산보건환경연구원 등과도 대책회의를 열어 이 같은 괴담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진 전조현상 주장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지진 전조현상으로 분출되는 가스는 라듐으로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데다가 당시 진동도 없었다”면서 “괴담은 불안감만 조장하는 만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시는 SNS를 통해 가스 냄새 원인과 관련한 신고를 접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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