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속 농가 매출 30% ‘뚝’… “사진 한번 찍자고 사기 아까워”
꽃다발이 입학식과 졸업식의 필수품이던 시절은 끝났다. 불황에 위축된 하객들은 꽃을 사는 데 좀체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입학·졸업생들도 꽃다발보다는 실용적인 선물을 원한다. ‘대박’을 기대했던 화훼 농가와 상인들은 쪼그라든 매출에 울상이다.홍영수(43) 한국절화협회 사무국장은 29일 “꽃 수요는 경기를 많이 타는데, 올해는 불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전체적으로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교를 졸업한 이모(23·여)씨는 “사진 한 번 찍자고 2만원짜리 꽃다발을 사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이라면서 “부모님께 꽃다발 대신 향초를 사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최근 졸업식에서 후배에게 꽃다발을 선물한 대학원생 김모(29·여)씨는 “2년 전만 해도 졸업생 대부분이 꽃다발을 들고 있었는데, 올해 꽃다발을 든 졸업생은 10명 중 5명도 안 돼 보였다”고 말했다.
꽃이 잘 안 팔리다 보니 학교 앞 상인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 25일 졸업식이 열린 숙명여대 정문 앞에서는 꽃 파는 상인 50여명이 거의 전쟁 수준의 경쟁을 벌였다. ‘명당’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루 전부터 자리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 상인은 “가뜩이나 꽃이 잘 안 팔리는데, 상인들이 늘어나서 더 힘들어졌다”면서 “2만원짜리 꽃다발을 1만 5000원으로 깎아 준 뒤에야 간신히 몇 다발을 팔았다”고 말했다. 6년 넘게 경기도 일대 학교의 입학·졸업식을 찾아다니며 꽃다발을 팔아 온 정영식(33)씨는“취업이 잘 안 돼서 그러는지 젊은 사람들까지 장사에 나서면서 꽃 하나 팔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03-01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