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는’ 미국 졸업식 vs ‘또 그 얘기’ 한국 졸업식

‘위로받는’ 미국 졸업식 vs ‘또 그 얘기’ 한국 졸업식

입력 2016-02-26 20:23
수정 2016-02-2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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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갈망하라” “가끔 부서져라” 축사…잡스·총장 등 경험서 우러난 명연설

국내선 ‘미래’‘도전’ 판박이 글 읽을 뿐
최근엔 영화감독 등 초대해 변화 바람도


윤제균 감독 연합뉴스
윤제균 감독
연합뉴스
“늘 갈망하라. 늘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1년 선정한 ‘10대 졸업식 명연설’ 중 일부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 졸업식에서 만난 교수와 졸업생들은 졸업식 축사가 추상적인 단어만 나열하는 ‘판박이’라고 답답해했다. 학생들은 매해 반복되는 축사에 졸업식을 요식행위로 여긴 지 오래다. 교수들은 부하 직원이 만들어 준 원고를 읽지 말고 총장 자신의 경험과 식견이 담긴 위로와 응원의 축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6일 서울신문이 건국대·고려대·동국대·서울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가나다 순) 등 주요 대학 10곳의 올해 졸업식 총장 축사를 분석해 보니 ‘미래’라는 단어가 36회로 가장 많았다. ‘미래를 개척하라’, ‘미래를 지향하라’,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약해라’ 등의 문구에서다. 꿈(31회), 노력(24회), 도전(19회), 성공(16회), 목표(13회), 최선(9회) 등의 단어가 그 뒤를 이었다. 과거의 축사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대·연세대(2006년), 서울시립대·한국외대(2008년)의 축사에는 꿈(15회), 성공(12회), 최선(9회), 도전(8회), 노력(7회), 미래(7회)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으로 시작해 ‘미래는 여러분의 몫이다’로 끝났다. 사립대 교수 A씨는 “많은 총장은 직원이 만든 축사를 검토만 하고 그대로 읽는다”며 “자신의 경험과 정성이 없는데 감동을 전해 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교수 B씨는 “‘취업이 어렵지만 도전하라’는 말을 빼고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회적 상황도 5천편일률적인 축사가 나오는 이유”라고 전했다.

한 사립대 졸업생 이모(27)씨는 “졸업식이 지루한 행사가 계속되는 요식행위가 된 건 오래된 일”이라며 “감동적인 축사를 듣고 학사모를 던지며 기뻐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최근 몇몇 대학의 외빈 축사는 눈길을 끌 만했다. 하지만 10개 대학 중 3개 대학만 외빈 축사가 있었고, 나머지 대학은 총장 축사로 갈음했다. 건축설계회사 팀하스의 하형록(59) 회장은 26일 서울대 졸업식에서 심장 이식 수술을 2번이나 받았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나보다 이식이 급한 여성에게 심장을 양보했더니 2번만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제한의 예외규정을 적용받아 앞으로 한 번 더 이식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하는 삶에 성공이 따른다”고 말했다.

영화감독 윤제균(47)씨는 지난 25일 고려대 졸업식에서 1000자의 짧지만 의미 있는 연설로 화제가 됐다. 그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아는 ‘주제파악’이 필요하다”며 “언젠가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졸업생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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