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외국인 체포·구속시 본국 영사관 고지 규정 준수해야”
검찰과 경찰이 엉뚱한 외국인을 절도범으로 오인해 체포하고도 자국 대사관에 연락해달라는 요청까지 묵살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직무 교육을 철저히 하라는 권고를 받았다.22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0일 나이지리아인 A씨는 지인으로부터 ‘경찰에서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 영문도 모른 채 B 파출소를 찾아갔다.
B 파출소 경찰관들은 A씨가 절도 사건으로 지명수배 중이라며 다짜고짜 A씨를 체포해 구금했다.
A씨는 “수배당할 일이 없다. 나이지리아 대사관에 연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과 이 사건을 담당한 검찰은 이를 묵살했다.
헌법 12조 5항은 체포나 구속당한 사람의 가족 등에게는 그 이유, 일시, 장소를 지체없이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 수사와 관련해선 경찰청·법무부 훈령 등에서 외국인을 체포·구속하는 경우 우리나라 주재 본국 영사관원과 자유롭게 접견·통신할 수 있고 체포·구속된 사실을 영사기관에 통지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체포·구속된 외국인이 영사기관 통지를 요청하면 바로 해당 영사기관에 체포·구속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인권위 조사결과 해당 파출소 경찰관들은 “파출소는 초동조치만 하는 곳”이라며 상부 기관에서 조치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담당 검사인 C씨는 “A씨를 체포한 경찰관들이 고지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조사결과 “남의 물건을 훔친 적이 없다”는 A씨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A씨의 지인인 나이지리아인 D씨가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다 A씨의 이름과 외국인등록번호를 도용, A씨 행세를 한 뒤 도주해 A씨 이름으로 지명수배가 됐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구치소에 갇혔던 A씨는 12일간 옥살이를 한 뒤에야 자유의 몸이 됐다.
인권위는 A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제소한 이 사건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침해”라고 판단하고, D 검사가 속한 해당 검찰지청에 D 검사에 대한 직무교육 시행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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