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돌리고 남은 식용유 재탕 삼탕… 비리로 학생 밥상 더럽힌 충암高

빼돌리고 남은 식용유 재탕 삼탕… 비리로 학생 밥상 더럽힌 충암高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5-10-04 23:10
수정 2015-10-05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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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급식비 안 내면 밥 먹지 마” 망신 주더니… 뒤에선 식자재 부풀리고 불량 음식 내놔

#1. 지난 4월 2일 서울 은평구 충암고에서 김모 교감이 점심시간에 급식을 기다리는 학생들을 다그쳤다. 김 교감은 3월 급식비 납입 내역을 펼쳐 들고 돈을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급식비를 안 냈으면 밥을 먹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있었다.

#2. 같은 시간 식당 조리실에서는 학생들에게 반찬으로 제공될 튀김이 새카만 식용유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학교 조리원은 “식용유 열 통을 들여오면 네 통은 무조건 먼저 빼돌리고 나머지 여섯 통을 갖고 새카매질 때까지 반복해 썼다”고 폭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박모 전 충암고 교장과 이모 행정실장, 용역업체 직원 등이 최소 4억 1000여만원의 급식비를 빼돌린 사실을 적발해 경찰에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고 4일 밝혔다. 고발된 18명 중에는 이모 전 충암학원 이사장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 충암중·고교는 납품받은 식재료를 빼돌리고 종이컵과 수세미 등 소모품을 과다 계상해 청구하고 식용유를 반복해 쓰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 1억 5400만원의 식자재 비용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식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상당수 학생이 교실에서 급식을 받았지만 학교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도 비리에 악용했다. 조리실에서 교실로의 급식 배송을 용역업체에 위탁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최소 2억 5700만원의 비용을 허위 청구했다. 하지만 실제 배송은 용역업체가 아니라 조리원들이 했다.

학교 조리원 등은 교육청 감사에서 “학교 측이 먼저 빼돌리고 남은 식용유를 갖고 새카매질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조리원들이 배송까지 맡다 보니 조리 시간이 부족해 시간이 별로 안 걸리는 튀김 요리를 많이 만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해로운 기름으로 튀긴 반찬을 먹어야 했다.

학교 측은 이런 부정을 저지르고도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에게 납부를 독촉하는 등 몰염치한 행태를 보였다. 지난 4월 학생들을 다그쳤던 김 교감은 이번 급식 부정엔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빼돌린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는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학교가 식자재 납품업체 직원을 학교급식 담당 직원으로 직접 채용한 뒤 학교의 식재료 구매와 관련해 자신이 일했던 업체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사실도 적발됐다.

비리를 주도한 충암중·고교 공동 행정실장 이씨는 함께 고발된 전 이사장의 아들로, 교육청은 이 전 이사장이 비리의 배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학교시설 관련 회계 부정에 연루돼 교육청으로부터 임원 취임 승인 취소처분을 받았고 딸에게 이사장 자리를 넘겨줬다.

교육청은 충암학원 측이 비리 의혹을 교육청에 알린 공익 제보자를 탄압하려 한 사실도 확인했다. 교육청이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하자 학교 측은 급식 비리 의혹을 교육청에 제보한 교사를 내부 고발자로 지목, 파면·또는 해임의 중징계를 추진하려 했으며 교육청은 징계 절차 중지 요청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교육청은 비리가 반복 적발된 충암학원에 대해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한 강도 높은 특별 감사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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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5-10-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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