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상시’ 거론 핵심 인사, 세계일보 기자 등 소환 이어질 듯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 내용의 실체를 수사 중인 검찰이 10일 의혹의 핵심인물인 정윤회(59)씨를 소환, 고강도 조사를 진행하면서 문건 내용의 진위를 둘러싼 수사는 정점에 도달했다.정씨가 청와대 비서진과 정기적으로 비밀회동을 갖고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문건 속 핵심 의혹이 사실인지를 당사자인 정씨를 상대로 최종 확인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문건 내용의 진위 수사가 어떤 수순을 밟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정씨를 비롯한 문건 속 인물들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송수신 위치정보 등을 토대로 문건 내용의 신빙성을 수사해 왔다. 여러 물증에 비춰 문건 속 비밀회동은 사실무근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날 정씨에 대한 조사에서 문건 내용의 일부라도 신빙성을 높여줄 만한 단서가 나오면 검찰의 수사 방향도 급선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수가 돌발하지 않는다면 수사는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문건 내용의 진위를 둘러싼 사건은 엄격히 따지면 명예훼손 고소 사건이다. 문건 속에 등장하는 청와대 비서진이 문건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상대로 “허위사실로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고소하면서 수사는 개시됐다.
따라서 검찰이 정씨를 상대로 확인 절차를 거치고도 비밀회동설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문건 내용을 ‘허위사실’로 규정하는 동시에 이를 다룬 세계일보의 보도가 위법한지를 따지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에 앞서 검찰은 문건에 ‘청와대 핵심 3인방’으로 소개된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진 중 일부를 고소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들의 통화기록이나 위치정보 등에서 회동의 개연성을 의심할 만한 미심쩍은 정황이 남아 있다면 이때 마지막으로 확인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절차를 밟은 검찰은 다음 주께 문건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문건 입수 및 보도 경위 등이 조사 대상이다.
쟁점은 해당 기자가 문건 내용을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은 특정 내용을 출판매체를 통해 공표해 누군가의 명예가 실추됐더라도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해당 내용을 진실로 여길 만한 사유가 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 이른바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조금만 확인해 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처럼 세계일보가 진위 확인에 소홀했는지가 관건이다.
문건에는 출처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적혀 있고, 해당 기자는 내용을 보도하기 앞서 일정한 취재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문건 자체가 시사하는 공신력이 어느 정도인지, 세계일보 측이 보도에 앞서 취한 조치가 문건 내용을 진실로 판단하기에 적정한 수준이었는지 등을 따져 보고 위법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