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시집만 잘가면 돼” 대학 강의실 언어성희롱 백태

”여자는 시집만 잘가면 돼” 대학 강의실 언어성희롱 백태

입력 2014-12-07 00:00
수정 2014-12-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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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성적 농담, 성역할 강요 발언 많아

”여자들은 시집이나 잘 가면 된다.” “남자는 직업이 중요하고, 여자는 결혼할 때는 아무래도 친정집 재산이 있는 게 좋다.”

한 사립대에서 교수가 강의 중 뜬금없이 여학생들을 쳐다보며 한 발언이다.

7일 이 대학 총여학생회가 강의실에서의 언어 성폭력 상담사례를 모은 자료집을 보면 최근 서울대와 고려대 사례처럼 대학교수와 학생 간 부적절한 신체접촉뿐 아니라 언어 성희롱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어 성희롱은 다수 학생이 함께 듣는 자리에서 성차별·성폭력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뤄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강의 중 언어 성희롱을 유형별로 보면 여학생들에게 고정된 성 역할 또는 이미지를 강요하거나 이를 이용해 여성을 비하하는 경우가 있다. 여성은 외모가 예뻐야 하고 남성은 외모보다 능력으로 인정받는다는 식이다.

”남자들이 취직 잘하고 능력만 좋으면 결혼은 잘한다.”, “우리나라 스튜어디스 참 예쁘지만 일이 힘들어서 10년을 못 버틴다. 그래서 미국은 뚱뚱한 아줌마들이 빵을 툭툭 던져준다. 이게 맞는 거 아닌가?”

총 여학생회는 이에 대해 “개인의 차를 인정하지 않고 ‘여성성’, ‘남성성’이라는 이분법적 틀로 성역할을 나누고 이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부적절한 성적 농담도 문제로 나타났다.

”예전에 내가 유학생활을 할 때, 룸메이트가 외국인이었는데 문에 넥타이나 양말이 걸려 있는 날에는 발이 네 개, 그것도 매일 여자가 바뀌었다. 남자는 젊을 때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운동도 하고 여자도 만나면서 살아야 한다.”

”나는 옛날에 만화방에 많이 갔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어딜 자주 가나? 키스방?”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하고 공적영역에서 여성의 역할을 무시하는 발언도 있었다.

”유네스코는 하는 일도 없고 일도 편하니까 여자들이 가야 더 좋다.”, “선거운동은 집에서 밥도 안 하는 아줌마들이 무슨 행사인지도 모르면서 휩쓸려가서 하는 거다.”

총 여학생회 관계자는 “교수들의 성차별·성희롱 발언에 불편을 느끼는 학생들은 많지만, 이를 지적했을 때 받을 불이익이나 ‘예민하게 군다’는 비아냥거림이 두려워 쉽게 얘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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