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아시아 주교들 “교황이 새 성령의 기운 불어넣어”

<교황방한> 아시아 주교들 “교황이 새 성령의 기운 불어넣어”

입력 2014-08-17 00:00
수정 2014-08-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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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주 김준호 기자·공동취재단 =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각국의 주교들을 면담하고 가톨릭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와 해미읍성을 방문한 17일 오전 해미성지 일대는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교황의 모습을 보려는 신자와 시민들로 성황을 이뤘다.

1866년부터 1882년 사이 1천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생매장당하는 등 순교한 해미순교성지에는 교황과 아시아 주교들의 만남이 예정된 이날 오전 11시가 되기 전에 각국 주교들이 미리 도착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아시아 주교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행사장인 성지 내 소성당으로 모여들었다.

오전 10시 55분께 인근 해미초교 운동장에 착륙한 헬기에서 내린 교황이 쏘울 승용차를 타고 성지에 도착했다. 이어 2분 뒤 염수정 추기경과 강우일 주교, 조규만 주교 등이 소성당에 입장했다.

추기경과 주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는 가운데 소성당에 입장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대에 올라 성체를 모셔둔 감실에 조배한 뒤 자리를 잡았다.

행사장은 단상 중앙의 교황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의장이자 인도 뭄바이 대주교인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 왼쪽에는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자리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의 참되고 사랑이 넘치시며 자비로우신 아버지가 되어 주신 교황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한국의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하느님께서 복을 내려주시기를 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대 왼쪽 사회자 독서대로 내려와 짧은 인사말을 한 뒤 참석자들과 함께 영어로 공동기도(성무일도) 낮기도를 바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들에게 이탈리아어로 행한 연설에서 “이곳은 순교자의 성지로, 이름없이 자신의 믿음을 위해 순교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전세계적으로 남녀노소가 순교했는데 그들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존경하고 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른 이들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성자와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은 아시아 국가의 모든 이익을 위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행사 후 브리핑에서 “교황이 말씀하신 대화는 선의의 대화로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와의 수교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중국뿐 아니라 교황청과 수교관계가 없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 즉, 북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 등이 대상”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82명의 아시아 추기경과 주교, 몬시뇰, 아빠스, 신부 등이 참석했다.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을 끝낸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시 18분께 오찬장으로 이동해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장은 교황이 앉는 헤드테이블에 6명이 자리하고, 12명씩 앉을 수 있는 테이블 4개와 8명씩 앉을 수 있는 테이블 5개 등 모두 94명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오찬은 백김치와 바그나카우드 소스를 곁들인 채소, 호주산 2012 로즈마운트 와인이 기본 찬으로 차려진 가운데 서산 특산품인 낙지어죽, 해미 꽃게찜, 한우 등심구이, 밥과 우럭알타, 과일과 망게떡, 커피 등이 차례로 상위에 올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 주교는 “오늘 만남이 의미있는 것은 로마 교황청을 해미성지로 옮겨온 것이기 때문”이라며 “교황과 아시아의 주교들이 한데 모여 아시아의 청년들과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인 정순택 주교도 “아시아 주교 71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교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만난 것은 유럽에서도 드문 일”이라며 “아시아 주교들은 특히 서로 보기가 쉽지 않은데 교황님 덕분에 한데 모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성령의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고, 교황의 가르침대로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교황님께선 스스로 사는 모습으로 말씀하시는 바를 보여주시기 때문에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우리에게 더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각국 주교들도 이날을 기념하거나 신자들에게 SNS로 소식을 전하고 싶어서인지 연방 자신들의 휴대전화에 행사장 모습과 교황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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