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서 침대없이 3개월…인스턴트 식품 먹고 ‘스쿠알렌’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34·여)씨를 검거한 인천지방경찰청은 26일 대균씨 등이 은신해 있던 경기도 용인시 오피스텔에 대한 감식을 벌였다.인천지방청 광역수사대 형사 3명과 과학수사계 감식반 5명 등 8명은 이날 오후 용인 수지구 상현동 오피스텔을 감식했다.
대균씨와 박씨가 무려 3개월여 동안 은신해 있던 오피스텔은 20㎡ 규모로 왼쪽으로 꺾어진 ‘ㄱ’자 형태의 복층 구조다.
경찰이 출입문을 열자 문 안쪽에는 인근 지역 중국집과 피자집 등 배달음식점 전화번호가 적힌 광고스티커 10여개가 가지런히 붙어 있었다.
신발장에는 1.8ℓ 생수통 6개 들이 5박스가 쌓여 있었고 옆에는 빈 생수통과 쓰레기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한 영수증에는 6월 11일 냉동새우를 구입한 내용이 있어 또다른 도피 조력자가 생필품을 사다 날라줬거나, 대균씨 등이 직접 인근을 다니며 장을 봤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싱크대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지만 붙박이 냉장고 안에는 음료와 음식들이 꽉 채워져 있었다.
전기밥솥 위에는 뽀얗게 먼지가 쌓여 있어, 주로 밥보다는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면서 먹을 수 있는 냉동만두와 햄 등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먹은 것으로 추정됐다.
방 안쪽으로는 침대 대신 방바닥과 복층 바닥에 10㎝ 정도 두께의 두터운 요가 하나씩 깔려 있었다.
대균씨 등이 침대없이 요를 깔고 잤던 것으로 추정됐다.
방에 있는 소규모 탁자 위에는 아버지 유씨가 거쳐간 곳마다 발견된 ‘스쿠알렌’이 놓여져 있었다.
책꽂이에 꽂힌 책 수십권 중 대부분 플루트나 클라리넷 연주법, 클래식 악보 등이었다.
그 옆에는 성경과 찬송가가 있었고, 아버지 유씨가 쓴 ‘꿈같은 사랑’ 책도 발견됐다.
TV는 발견되지 않았다.
방 안은 대체로 정리하지 않아 지저분했다.
붙박이 테이블 아래로는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옷가지들이 쌓여있었고, 옆에는 비닐봉지 안에 미처 버리지 못한 휴지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최근 조력자가 오피스텔을 방문하지 않아 쓰레기를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은 대균씨와 박씨가 이 좁은 공간에서 3개월을 버틸 수 있었던 것으로 미뤄 오피스텔 실거주자 하모씨 외에도 또다른 조력자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감식을 통해 하씨 외에 이곳을 다녀간 제3의 인물을 주로 살펴보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인천청 광수대 관계자는 “유씨 일가 계열사 소속 직원 중에 용인 거주자가 많아 또다른 도피 조력자가 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