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세끼 상차린 모정 70일만에 장녀와 애절한 해후

하루세끼 상차린 모정 70일만에 장녀와 애절한 해후

입력 2014-06-24 00:00
업데이트 2014-06-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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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쇠약해진 몸으로 링거 맡으며 딸 기다려

어머니는 딸을 차가운 바다에 빼앗긴 뒤 매일 같이 삼시세끼 밥상을 차렸다.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 뜨뜻한 국물, 새콤달콤한 과일은 팽목항에 비가 내리나 바람이 부나 어머니의 두 손으로 옮겨져 등대 길에 놓였다.

어머니는 딸이 먹지 못해 줄지 않는 밥을 눈물로 훔치며 매일같이 딸이 갇혀 있는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을 향해 놓았다.

그리고 그 앞에서 딸 아이의 이름을 수차례 부르고 떨어지지 않은 발을 돌려세우곤 했다.

어머니는 팽목한 수백m길을 딸아이를 위한 밥상을 들고 지난 70일 동안 하루 세 번씩 수 백번 왔다갔다하며 딸아이의 모습 하나 하나를 떠올렸을 것이다.

언제 시작된 지 모른 어머니의 정성에 딸이 조금은 뒤늦게 응답했다.

24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이날 오전 1시 3분께 4층 중앙통로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 시신 1구를 수습했다.

DNA 확인 결과 해당 학생은 단원고 2학년 2반 윤모양, 어머니의 장녀로 확인됐다.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은 채 발견된 10대 여고생의 소식에 팽목항에는 무거운 침묵의 슬픔이 가득했다.

분노와 상실감에도 불구하고 ‘인내’한 윤양의 가족들은 이제 딸 아이를 앞에 두고 밥상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딸 아이 앞에선 부모를 보고 이들과 함께한 자원봉사자들과 대책본부 관계자들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렸다.

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부터 윤양의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쇠약해진 몸에도 팽목항을 떠나지 않고 링거를 매일 맞아가며 딸을 기다렸다.

윤양은 이제 가족들과 함께 학교가 있던 안산으로 헬기를 타고 가게 된다.

윤양의 어머니는 딸아이의 신원확인을 소식을 듣고 “경황이 없어서 죄송하지만 답을 할수 없습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조용히 딸아이를 보내고 싶어했다.

윤양과 함께 가족들이 70일 만에 팽목항을 떠났지만 등대 길에는 아직도 윤양에게 “돌아오라”고 적힌 노란 리본이 바람에 흩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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