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텃밭서 선전…”야권 대권주자 발돋움” 평가
김부겸(56)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가 6·4 지방선거에서 낙선했으나 40.3%(유권자 41만8천891명)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의미있는 지지세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새누리당 텃밭에서 치른 선거인 탓에 당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야당 후보로서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을 보여 단숨에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야당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출신의 무소속 이재용 후보가 38.81%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이후 야당 후보들은 17~21%대에 그쳤다.
김 후보는 상대 후보였던 권영진(51) 당선인에 비해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도 여당 텃밭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는 대구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학력 덕분에 고교만 대구에서 다닌 권 후보보다 시민에게 더 알려졌다.
김 후보의 선전이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다.
경북고-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수도권 3선 의원(경기 군포)을 지낸 그는 2012년 총선때 지역주의의 벽을 깨겠다며 기득권을 버리고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갑(甲) 선거구에 출마, 40.4%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김 후보는 낙선한 뒤에도 대구를 떠나지 않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2년 만에 또다시 시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김부겸의 진정성’을 반신반의하던 대구 시민들도 상당수 마음을 열었다는게 지역정가의 공통된 견해다.
그는 지역맞춤형 공약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 들었다. 야당 후보임에도 ‘친 박정희 정서’를 끌어안았다.
지난 3월 24일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구에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짓고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교류하면서 두 지역의 발전과 통일시대를 여는 선구자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상생과 협조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할 수 있고, 김부겸은 책임지고 민주화세력을 설득하겠다”며 화합의 전도사를 자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김부겸 대구시장 대구대박론’을 들고 나왔다. 박 대통령과 야당 시장이 손을 맞잡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최초의 민선 야당 시장이 돼 상생의 정치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10월 유신에 반대한 운동권 출신 김 후보의 ‘친박 행보’에 대해 일부에서 비판이 나오기도 했으나 많은 유권자는 합리적이고 지역 정서에 부합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차별화된 선거전략도 득표에 일조했다. 경쟁 후보가 중산층이 많은 수성구에 선거캠프를 차리고 선거운동을 펼친데 비해 김 후보는 상대적으로 서민층이 많은 ‘서부 벨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선거사무소를 서구 내당동에 마련하고 자신을 알리는 소위 ‘서진(西進) 전략’을 구사했다.
선거운동 중반에 터진 ‘남부권 신공항 입지 논란’도 김 후보에게 반사이익을 주었다. 부산시장 선거가 엎치락뒤치락하자 새누리당이 ‘남부권 신공항’을 부산 가덕도로 유치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여 대구 유권자에게 실망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김부겸 후보가 총선과 대구시장 선거에서 연달아 낙선했지만 지역 내 인지도를 높이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진정성을 보여줬다”며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영남 출신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