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사금고화…유병언의 돈 빼돌리기 백태

계열사 사금고화…유병언의 돈 빼돌리기 백태

입력 2014-05-21 00:00
수정 2014-05-2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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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고문료·컨설팅비 지급, 상표권 사주기, 사진 고가 구입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 가운데 가장 먼저 구속기소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이사의 공소사실에는 유씨 일가가 계열사 돈을 어떻게 빼돌렸는지가 낱낱이 드러나 있다.

계열사는 허위고문료·컨설팅비 지급, 상표권 사주기, 사진 및 주식 고가 매입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유씨 일가를 위한 사금고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하면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

다판다는 유씨에게 매달 1천500만원의 고문료를 지급했다. 다판다에서만 유씨가 챙긴 고문료는 5억원이 넘는다.

유씨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내부 조직도에 회장으로 명시됐으며 월 1천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아 왔다. 검찰은 사실상 모든 계열사에서 유씨에게 고문료를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남 대균(44)씨, 차남 혁기(42)씨, 장녀 섬나(48)씨 등 유씨의 자녀들도 계열사 돈을 수십억원씩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다판다는 대균씨와 형식상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월 매출액의 0.75%를 지급했다. 2001년부터 다판다에서만 20억원 가량이 지급됐다.

유씨와 자녀들은 평소 상표권과 특허권 등을 등록한 뒤 이를 계열사 법인명이나 선박의 이름, 판매 제품명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활용해왔다.

실제 ‘세월호’는 혁기씨가, 청해진해운의 또다른 대형선박 ‘오하마나호’의 이름은 대균씨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들은 ‘세월’과 같은 특별할 것 없는 상표권 사용 대가로 유씨 일가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한 셈이다.

재벌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어주기’를 통한 오너 일가의 축재 방식도 여지없이 등장했다.

다판다는 섬나씨가 대표로 있는 모래알디자인에 디자인 컨설팅비 명목으로 매달 8천만원, 총 48억원을 지급했다.

다른 계열사의 디자인 컨설팅과 행사 진행 등을 모래알디자인이 도맡았다는 점에서 흘러들어간 금액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계열사들은 ‘아해’라는 이름으로 사진작가 활동을 해 온 유씨의 사진을 고가에 구입하는 방식으로 회사 자금을 오너 일가에 사실상 ‘상납’했다.

다판다는 2012년 유씨의 사진 14점을 3억2천만원(점당 2천200만원 상당)에 매입했다.

다른 계열사인 천해지는 유씨가 베르사유궁 전시회에 내건 사진 한 장을 무려 16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매·미술 전문가들로부터 유씨의 사진 작품이 국내외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사진 고가 매입 행위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유씨가 해외 사진전시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사실도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다판다는 2012년 루브르 박물관과 2013년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유씨의 사진전시회 개최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사진판매 담당 계열사인 헤마토센트릭라이프 등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다판다는 액면가 1만원짜리 헤마토센트릭라이프 주식을 세 배가 넘는 3만원에 매입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여러 계열사로부터 끌어모은 돈을 유씨는 해외 사진전시회를 개최하는데 사용했다.

취미생활 수준인 유씨의 사진을 해외 유명 장소에 전시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스스로 마련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이 동원된 셈이다.

이같은 계열사의 횡령·배임은 유씨의 최측근인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의 주도 하에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송 대표의 공소장에 적시된 모든 범죄 혐의에는 김 전 대표가 공범으로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각각 다른 계열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수평적인 관계지만 송 대표는 유씨 일가와 관련된 일은 모두 김 대표와 상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유씨의 지시를 받고 이를 계열사 대표 등에게 전달하는 등 사실상 유씨의 핵심 측근 가운데서도 오른팔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일가 계열사의 거미줄 같은 지배구조 역시 김 전 대표가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판다 외에 다른 계열사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유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보고 측근들을 줄줄이 기소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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