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전·현 임원들의 ‘유씨에 대한 인식’ 엿보여
“그분은 내가 감히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다.”㈜아해의 이강세(73) 전 대표는 1일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치고 인천지검 청사를 나오는 길에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계열사 전·현직 임원들이 유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날 유씨 일가 비리를 조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의 조사를 받은 이 전 대표는 “죄가 있으면 달게 받겠다”며 취재진 앞에 당당히 섰지만 곤란한 질문이 이어지자 궤변만 늘어놓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는 유씨의 계열사 경영 개입설에 대해서는 단호히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유씨의 횡령 및 배임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것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유씨와 자신의 관계는 어떤 관계라고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단지 ㈜아해 대표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했고 회사 경영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았을 뿐”이라며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뒤 이날도 한 차례 더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아해가 유씨의 사진을 사들인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자신이 직접 나서진 않았으며 상품 가치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아해 전무가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와 상의한 후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해 구매하기로 했다”면서 “사진 8장에 1억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사진 한 장당 1250만원을 낸 셈이다. 그는 ㈜아해가 유씨 일가의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에 매년 자문료 수억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서도 수긍했다. 그러나 “제가 취임하기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며 본인 선에서 결정한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서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도 문제지만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는 “배의 증축 허가와 운항을 관리하는 정부가 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사고는 청해진해운의 고의가 아니며 단지 돈을 벌려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희생자에게 보상을 하겠지만 실질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구원파라 자칭한 적 없고 구원파와 오대양집단자살 사건과는 아무 관련 없지만 언론이 이를 잘못 보도하고 있다”면서 “유씨가 처벌을 받은 것도 다른 죄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4-05-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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