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여객선 침몰 원인 ‘변침’

윤곽 드러나는 여객선 침몰 원인 ‘변침’

입력 2014-04-17 00:00
수정 2014-04-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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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사고 원인이 항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뱃머리를 갑자기 돌리는 순간 무게 중심이 쏠린 데 있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60)씨 등 승무원을 밤새 조사한 해경 여객선 침몰사고 수사본부는 사고 원인을 ‘무리한 변침’으로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변침(變針)은 여객선이나 항공기 운항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항로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사고 지점은 목포-제주, 인천-제주로 향하는 여객선과 선박이 서로 항로를 바꾸는 변침점이다. 제주로 항해할 경우 병풍도를 끼고 왼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가는 곳이다. 사고 선박이 좌현으로 기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세월호가 이 변침점에서 완만하게 항로를 바꾸는 ‘소침’으로 해야하지만 급격하게 뱃머리를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로 보면 핸들을 완만하게 꺾어야 하는데 무슨 사정에서인지 급하게 돌렸다는 것이다.

많은 승객이 증언한 ‘쾅’하는 소리는 1, 2층에 실린 화물 컨테이너와 승용차 등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체를 충격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세월호에는 당시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화물 1천157t이 실린 상태였다.

이들 화물 등은 결박돼 있었지만 배가 한쪽으로 쏠리면 무게 중심이 변하면서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를 증명하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보일러실에 근무했던 승선원 전모(61)씨는 “오전 7시 40분께 업무를 마치고 업무 일지를 쓰던 중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며 “창문이 박살 나고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증언은 최초 사고가 신고 시각인 오전 8시 52분보다 최소 1시간 앞선 오전 7시 30분∼8시 사이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케 한다.

화물차를 싣고 세월호에 탔다가 구조된 A씨는 “배가 서서히 기울다가 90도로 쓰러질 때 한 번, 180도로 전복될 때 한 번씩 확 기울었다”며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화물차가 있는 여객선 1층으로 가봤더니 배에 실린 차량과 짐들은 그때마다 방향을 바꿔 한쪽으로 쏠렸다”고 말했다.

구조에 참여한 민간 어선 선장 B씨도 배가 급격히 기우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B씨는 “(16일) 오전 10시께 도착했을 때는 옆으로 완전히 쓰러진 상황이었다”며 “서서히 기울던 배가 완전히 뒤집힐 즈음 순간적으로 확 기울었다”고 전했다.

세월호가 항로에 1시간가량 서 있었다는 주변 어민들의 증언도 배 기울어짐이 해경신고 훨씬 이전부터 진행됐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해경은 급격한 변침으로 결박 화물이 이탈하고 그 여파로 배가 서서히 기운 뒤 사고 신고 직후에는 통제가 힘들 정도로 기울어진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해경은 또 세월호 승무원들이 수차례 안내방송을 통해 승객에게 ‘제자리 대기’를 강조한 것은 자체 수습을 시도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승객들이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자체 수습만을 하려다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또 배가 심하게 지그재그로 운항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도 급격한 변침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인다. 해경은 이 과정에서 조타 기능이 일부 상실돼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생존자들이 들었다는 ‘지지직’하는 소리는 배가 중심을 잃으면서 화물이 쏟아지면서 난 것인지, 아니면 조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폭이 좁은 항로에서 인근 암초에 부딪히고 나가면서 발생한 것인지는 선체 인양 후 파공여부를 파악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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