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버스 ‘광란의 질주’…블랙박스 영상 보니

송파 버스 ‘광란의 질주’…블랙박스 영상 보니

입력 2014-03-20 00:00
수정 2014-03-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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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원인 ‘오리무중’…차체결함·운전자 지병 등 가능성 열어두고 수사

서울 송파구에서 시내버스가 차량과 버스를 잇달아 들이받으며 두 차례 사고를 내 운전자와 승객 등 2명이 숨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43분께 송파동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염모(60)씨가 몰던 3318번 버스가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 3대를 연달아 추돌했다.

버스는 추돌 후에도 노선을 벗어나 송파구청 쪽으로 우회전해 6차선 중 4차선을 따라 1.2㎞가량 주행을 계속했다.

버스는 오후 11시 46분께 신천동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5차로에 대기 중이던 택시 2대와 벤츠 등 차량 5대와 연속 충돌하면서 4차로에 신호대기 중인 30-1 버스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당시 3318번 버스에는 승객 3명,30-1 버스에는 승객 7명 이상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3318번 버스 운전기사 염씨와 30-1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이모(20)씨 등 2명이 숨졌다.

또 30-1 버스기사 김모(41)씨와 승객 등 모두 1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특히 숨진 승객 이씨와 중상을 입은 장모(18)양은 버스 제일 뒷좌석에 타고 있다가 화를 입었다.

이 사고 직후 송파구청 사거리 일대는 1시간 가까이 심한 정체를 빚었다.

경찰은 염씨가 첫 사고 직후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을 가능성과 차체 고장,음주,병력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3318번 버스 안에 있던 블랙박스는 파손돼 동영상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경찰은 피해 차량 4대의 블랙박스 동영상을 확보,이를 토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확보된 동영상만을 보면 당시 과속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버스회사에서 버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 추적 장치는 1차 사고 이전에 이미 꺼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3318번 버스가 본래 노선을 벗어나 운행한 점,2차 사고 당시 정차하지 않고 충돌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것을 아는데도 계속 직진한 점 등을 볼 때 운전자 염씨의 몸 상태에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버스 승객은 “석촌호수에서 1차 사고 발생 후 승객들이 멈추라고 소리를 쳤으나 ‘어 어’하면서 그대로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사고를 막기 위해 핸들을 도로변으로 꺾는다든지 하는 최소한의 예방운전을 하지 않았다”며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의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씨의 유족들은 고인에게 정신병력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3318번 버스를 운행하는 송파상운 측 관계자는 “염씨는 최근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완주할 정도로 건강했고 별다른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염씨의 건강보험 공단 등의 진료 기록 등을 검토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원에 염씨 시신의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경찰은 운전자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염씨가 1차 사고 후 멈추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부분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염씨가 이미 사망했으므로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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