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 조계사 주변 경찰 배치…긴장 ‘팽팽’

‘은신처’ 조계사 주변 경찰 배치…긴장 ‘팽팽’

입력 2013-12-25 00:00
수정 2013-12-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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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경력 증강, 검문검색 강화 경찰 “극락전 2층 철도노조 지도부 4명 은신 추정”

박태남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노조 지도부들이 몸을 숨긴 서울 종로구 조계사는 25일 성탄절 아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날 밤 조계사 경내로 들어온 박 부위원장을 포함한 노조원 일부는 극락전에 은신한 채 밤을 지샜지만, 종교 시설에 진입할 수 없는 경찰은 사찰을 둘러싸고 3중대 250명의 경력을 배치한 채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밤새 배치 경력을 1개 중대에서 3개로 증강했다.

경찰은 관광객과 신도를 제외하고 절에 드나드는 시민들을 철저히 확인해 만에 하나 경내에 있던 노조원들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감시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성탄 전야인 24일 밤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가 서울 종로 조계사에 숨어들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곧장 전격 수색에 나섰지만 노조원들은 이미 경내에 진입한 뒤였다.

밤새 경내에 있는 박 부위원장의 모습이 일부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지만 날이 밝으면서 대부분 노조원은 오전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방송사 카메라에 박 수석부위원장의 모습이 잡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며 “절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밖에서 지키고 있다가 나오면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조계사에 철도노조원 4명이 머물고 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일반 노조원이고 노조 간부는 박태만 수석부위원장 1명으로 파악했다.

불공을 드리러 극락전을 방문한 한 여성 신도는 “(극락전) 안에 있는 노조 관계자는 8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 지도부는 ‘자수할 계획이지만 정부 측과 대화를 먼저 하고 나서 자수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날 아침 불당 안으로 들어가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려는 취재진과 이를 막는 민노총 관계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절 안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극락전 앞에 배치된 수십대의 카메라를 보고 놀란 듯 취재진에 상황에 대해 묻기도 했다.

오전 9시 50분께 대한성공회 유시경 신부 외 2명이 방문, 극락전 안에 있는 노조 지도부들과 5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유 신부는 나오면서 “종교계에서도 불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계가 민노총과 함께하고 지지하고 기도한다. 많은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부족한 게 있다면 우리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신부는 안에 몇 명이 있는지 묻는 취재진에 “인원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다들 앉아서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철도노조와 조계사 측의 입장 발표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용산 철도회관 6층에서 노조 지도부 일부가 조계사 내에 은신해 있는 현 상황과 향후 일정에 대한 브리핑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계사 관계자는 “오늘은 휴일이라 스님들이 모두 지역 사찰에 가 있는 관계로 내일 서울로 올라와야 조계사 차원의 입장 발표 등을 위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노총 한 관계자는 조계사 측에서 은신해 있는 노조 지도부들을 강제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체포를 피해 경내로 들어온 노조원들을 조계사 측이 쫓아내지는 않을 것이며, 경찰도 전례 없는 종교시설 진입의 무리수는 두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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