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광주·대전서 고교생들 대자보 붙여
고려대학교 주현우(27)씨로부터 시작된 철도파업 등 사회현안에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대학가를 넘어 고등학교로까지 확산하고 있다.16일만 해도 전북과 광주, 대전에서 고교생들이 작성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나붙었다.
지난 15일(왼쪽 사진)과 16일(오른쪽) 광주 북구 일곡동의 거리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붙었다. 각 글에는 고교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가 의료민영화, 철도파업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적고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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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전북 군산여고 학내 게시판에는 밤사이 ‘고등학교 선배님들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이 대자보의 필자인 채자은(1학년) 양은 대자보에서 “저는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선거에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도 안녕했고, 그것이 직무 중 개인 일탈이며 그 수가 천만 건이라는 소식이 들릴 때도 전 안녕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바로 앞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시국 미사가 일어났을 때도 또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여 철도파업이 일어났어도 전 안녕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고등학생이니까요”라며 담담한 어투로 대자보를 어어 갔다.
하지만, 끝 부분에 이르러서는 “3.1운동도 광주학생운동도 모두 학생이 주체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일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이 행동이 훗날 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저는 참으로 두렵습니다.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는 외칩니다. 꼭 바꿔야 한다고 민주주의를 지키자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래로 바꿔야 한다고 말입니다”고 호소했다.
이날 전북뿐 아니라 광주에서도 한 학생이 광주 북구 일곡동의 한 버스정류장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붙였다.
’정치에 대해 잘 몰랐고 관심도 없었던 한 고등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내년부터 의료민영화가 되면 병원은 더이상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민간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 돼버린다”며 의료민영화에 대한 의견을 적었다.
또 이날 오후 일곡동의 한 사거리 인근 전봇대에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붙었다.
이 글에는 ‘철도민영화로 인한 철도파업. 그분들을 보면서 부끄럽게도 저는 안녕했습니다. 그리고 곧 의료보험 민영화.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데 몇십 만원씩 내야 합니다. 이때도 안녕할 수 있을까요?’라며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글 하단 귀퉁이에는 본문의 사인펜과 다른 희미한 펜으로 ‘대한민국 평범한 고2 학생’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밖에 서대전의 한 고등학교에도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대자보가 붙었고, 경기지역 일부 중.고교생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대자보 글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한 중학교 임모(16)군은 “카카오스토리에 친구들이 고려대 대자보와 다른 지역 고등학생이 쓴 글을 공유해 처음 알게 됐다”며 “내용은 잘 모르지만 주말 내내 이 이야기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에서 시작된 대자보 열풍은 대학가를 넘어 전국의 고등학교로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창엽 전북참여자치연대 사무국장은 “우리는 너무 철저하게 개인화된 사회와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살아왔고 이것은 젊은이들뿐 아니라 기존 성인들도 마찬가지었다. 실질적인 고통 이외에 심리적 고통이 극대화되다 보니까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는 한계를 느낀 것 같다. 젊은이들이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전북대, 군산대, 전주대, 강원대, 경상대, 대구대 등 국내 대학가뿐 아니라 고등학교와 미국 등 해외대학가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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