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공소기각까지 갈 사안”…재판서 검찰에 항의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이 최근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변호인단의 소송관련 회의자료까지 압수, 논란이 일고 있다.변호인단은 이에 반발해 29일 11차 오후 재판에서 검찰에 강력히 항의했다.
국정원은 내란음모사건 2차 공판이 있었던 14일 오전 CNC, 길벗투어, (주)나눔환경, SN미디어 등 통합진보당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업체 사무실 6곳과 직원 22명을 대상으로 압수수색했다.
영장에 적시된 범죄 혐의는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동조 등)으로, 국정원은 이들 업체 관계자들 중 상당수가 RO 조직원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 당시 수사관들이 CNC 사무실에서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변호인단의 방어논리 회의 자료가 든 SD카드를 압수했고, 현장에 입회한 변호사가 이를 저지했다.
그러나 국정원 수사관은 “봉인한 채 일단 압수할테니 추후 봉인해제 때 부르면 입회하라”고 했다.
보름이 지난 29일 국정원은 변호인단에 “SD카드 봉인을 해제할테니 서울 내곡동 본원으로 들어오라”고 통보했고, 변호사 한 명이 오전 11시 국정원으로 갔다.
수사관들은 봉인을 해제한 뒤 SD카드를 바로 돌려주지 않고 컴퓨터에 연결, 자료를 화면에 띄운 뒤 디지털카메라로 문서 내용을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는 “내란음모 사건 소송관련 회의 내용이다. 변호인들만 볼 수 있는 자료”라며 강하게 저지했지만 수사관들은 촬영을 강행했다.
SD카드 안에는 ‘공소장’이라는 폴더 안에 ‘소명논리정리_수사보고’, ‘정리내용’ 등의 내란음모 사건 관련 변호인단의 방어 계획이 들어 있었다.
변호인단은 “유신때나 가능할 법한 수사기관의 횡포”라며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권리를 철저히 짓밟은 행위로, 공소기각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수사상 중요 단서일 수 있어 변호사 앞에서 SD카드를 컴퓨터에 연결했다”며 “변호인 대응자료가 아닌 ‘공소장’이라고 된 폴더가 있어 열어본 것인데 변호인이 사진을 찍길래 수사관들도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사진은 변호인이 보는 앞에서 삭제했고 적법하게 압수한 증거물이어서 SD카드는 변호인이 보는 앞에서 다시 봉인했다”고 덧붙였다.
오후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국정원이 사진은 지웠다지만 디지털카메라 메모리를 갖고 있어 언제든지 복원이 가능하다”며 “공소제기 이후 압수수색이 계속되는 등 위법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처음 듣는 내용이다. 해당 파일을 촬영한 디지털카메라 메모리를 국정원이 갖고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니 변호인 입회하에 메모리를 빼내 이미징하고 파쇄하는 것은 어떻느냐”고 제안했다.
변호인단은 “즉시 논의해서 바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했다면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며 “검사 한 명이 법정 밖으로 나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라”고 말한 뒤 10분간 휴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