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현장 단식 농성 주민 “공사 반드시 막겠다”

송전탑 현장 단식 농성 주민 “공사 반드시 막겠다”

입력 2013-10-04 00:00
수정 2013-10-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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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사흘째인 4일 오후 1시께 부북면 위양리에 있는 126번 송전탑 건설 현장에는 성은희(52·여)씨가 4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상동면 여수마을에 사는 성씨는 공사 재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일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같은 마을 주민 김영자(57·여)씨와 신난숙(50·여)씨도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부터 함께 단식 농성을 했으나 추운 날씨에 기력이 빠져 의식을 잃는 등 상태가 나빠져 각각 3일 오후와 이날 오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특히 평소 갑상샘 문제로 병원 치료를 받아 오던 신씨는 단식 농성을 하면서 약도 제대로 먹지 못해 상태가 많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70∼80대 고령의 할머니들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새댁으로 불리는 주민 성씨 등이 단식에 나선 건 송전탑 공사를 결사 저지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성씨는 이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누워 있는 상태에서도 “(고압 송전탑 없이) 이대로 살게 해달라”며 “공사를 중단할 때까지 계속 단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기온이 뚝 떨어져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는데도 흙바닥에 스티로폼과 돗자리를 깔고 얇은 이불만 덮은 채로 단식 농성을 이어가 현재 기력이 많이 빠진 상태다.

119구급대원들과 다른 주민들이 병원에 갈 것을 수차례 권유하고 있지만 현장을 떠날 수 없다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성씨는 “이렇게 농성을 하는 건 순수한 마을 주민들의 뜻”이라며 “한전 측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진심을 헤아려 공사를 중단해야 하고, 우리도 공사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농성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은행에서는 (땅 가치가 없다고) 대출도 안 해준다. 삶의 터전으로 삼은 우리 땅인데 상실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하는 성씨 등이 단식에 나선 것”이라며 “한창 감을 수확해야 할 시기에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있지만 올 한 해 농사가 문제가 아니다. 송전탑이 건설되면 앞으로도 계속 피해를 볼 것이 불 보듯 뻔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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