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현장 주민들 인권피해 호소 잇따라

송전탑 현장 주민들 인권피해 호소 잇따라

입력 2013-10-04 00:00
수정 2013-10-0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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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대책위 “주민들 안전에 경찰이 가장 위협”

126일 만에 재개된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가 사흘째에 접어든 가운데 반대 주민들의 ‘인권 피해’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전력은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과 동화전마을 등 5개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경찰 지원 속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4일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 4공구 현장사무소 맞은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의 안전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가 경찰”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대책위는 경찰이 모든 현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여러 겹으로 막아서고 현지 주민의 통행조차 봉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장하는 사례를 보면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89번 공사현장 진입로 대치선에는 조명이 없는 어두운 상태인데도 경찰이 주민들의 진입을 막는 데만 집중, 산 속에서 노숙하는 주민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126번 현장에서는 갑상선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주민이 약을 챙겨오지 못했는데도 아무런 의료적 준비가 없다.

지난 2일 오후 2∼3시께 이곳에서는 주민 30여명이 임시 천막을 치려고 했지만 경찰이 막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날씨가 부쩍 쌀쌀해진 상태였지만 주민 등은 사실상 노숙에 가까운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70∼80대인 고령의 노인들은 현장 한 쪽에 바람막이 기능도 못 하는 비닐 천막을 치고 농성을 계속했다.

지난 1일부터 이곳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한 마을 주민 3명은 바닥에서 스티로폼과 비닐 등만 깐 채 단식을 했다.

이 가운데 김영자(57·상동면 여수마을)씨는 지난 3일 오후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천막을 세우면 한전 등 공사 인력의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주민들은 인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은 인권 침해 논란이 인 뒤인 4일 오전이 돼서야 천막을 주민들에게 돌려줬다.

지난 3일 오전 7시께에는 같은 장소에서 주민들이 추위를 피하려고 땔감을 이용해 모닥불을 피웠지만 경찰이 화재의 우려가 있다며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껐다.

이 과정에서 라면을 끓이던 버너 쪽으로 소화기 분말이 튀면서 주민들이 애써 가져온 음식을 못 먹게 됐다.

경찰이 한전 차량 외 일반 차량의 현장 진입을 일절 금지하는 바람에 물이나 음식 등 기본적인 물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간신히 챙긴 라면이었지만 이마저도 못 먹게 되면서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

실제로 126번 현장의 경우 공사 재개 첫 날부터 현재까지 400명이 넘는 경찰력이 집중 배치되는 등 공권력 투입에 따른 인권 침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반대 대책위는 공권력의 즉각 철수, 공권력 남용과 인권유린 사태에 대한 정부 조사, 보수언론의 진실 보도, 공사 즉각 중단, TV토론과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 등을 촉구했다.

반대 대책위는 외부세력이 송전탑 현장에서 과격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서는 현장 통행제한, 음식물 반입 차단 등 인권 유린에 맞서 도움을 주려는 자발적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한전의 공사 진행을 막는 업무방해 행위나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불법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면서도 “주민들의 텐트를 의도적으로 빼앗거나 불을 끈 것은 아니고 공사 방해나 화재 위험 등이 우려돼 적법한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 조사관 10명으로 구성된 인권 지킴이단은 공사 재개 시점인 지난 2일 오전부터 단장면 3곳(84·89·95번 송전탑 현장), 부북면 1곳(126번), 상동면 1곳(109번)을 조사했다.

인권위는 관계 기관에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권력 투입 자제 등 협조 요청을 했고 감시 활동을 당분간 계속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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