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인정한 비자금 167억 첫 추징대상 될까

법원이 인정한 비자금 167억 첫 추징대상 될까

입력 2013-07-23 00:00
수정 2013-07-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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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아들 재용씨 형사·행정소송서 실체 드러나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을 대대적으로 추적중인 가운데 둘째 아들 재용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법원이 인정한 167억원의 추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재용씨가 은행 대여금고에 숨겨뒀다가 발각된 이 돈은 1997년 전씨에게 추징금 2천205억원이 확정된 이후 유일하게 실체가 드러난 비자금이다.

23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법원은 2004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전씨의 비자금 167억500만원이 재용씨에게 증여된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04년 재용씨의 증여세 포탈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재용씨가 은닉한 국민주택채권 167억500만원어치 가운데 73억5천500만원의 자금 출처가 전씨의 비자금”이라고 인정했다.

이 사건은 나머지 93억5천만원이 누구에게 증여받은 것인지를 놓고 세 차례의 재판을 더 거쳤다.

서울고법은 2007년 파기환송심에서 93억5천만원의 출처를 알 수 없다고 보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8억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재용씨와 검찰 모두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서대문세무서는 조세포탈을 인정한 1심 판결이 나자 재용씨에게 떼먹은 증여세 80억2천만원을 부과했다. 93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증여자를 전씨의 장인인 이규동씨로 보고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이 증여받을 때 적용하는 할증 가산액까지 매겼다.

이에 재용씨는 2006년 세무서를 상대로 증여세를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그는 조세포탈 사건 재판 때처럼 “결혼축의금을 외할아버지가 불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할증 가산액 등 일부 처분을 취소하면서 문제가 된 167억500만원이 모두 전씨에게서 나온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규동씨가 평소 전씨의 재산관리인 역할을 한 점 ▲93억5천만원어치 채권들도 재용씨와 관련된 차명계좌에 입고되는 등 앞서 비자금으로 인정된 자금들과 같은 경로를 거친 점 ▲유학생이던 재용씨가 증여 이외의 방법으로 채권을 취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거액의 비자금이 확인됐지만 추징금으로 환수되지는 못했다. 추징에 앞서 채권을 전씨 앞으로 돌려놓기 위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검찰이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금 소송의 판결이 날 때는 이미 사해행위에 대해 소송을 걸 수 있는 ‘제척기간’이 지난 상태였다.

불법재산을 넘겨받은 제3자에게도 직접 추징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발효되면서 이런 소송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어졌다.

부동산 매입 등의 방법으로 종잣돈이 불어났다면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에 해당돼 증식된 재산까지 추징할 수 있다. 검찰은 다른 은닉재산에 비해 관련 차명계좌 등 비교적 최근의 수사자료가 남아있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재용씨 등의 현재 재산과 과거 채권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가 의외로 어려울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채권을 현금화해 전부 써버렸다고 주장하면 추징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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