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해킹’에 16개 기관 뚫려… 어나니머스 소행이냐 北 소행이냐

‘6·25 해킹’에 16개 기관 뚫려… 어나니머스 소행이냐 北 소행이냐

입력 2013-06-26 00:00
수정 2013-06-2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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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등 정부 부처 접속장애… 與 시도당 당원명부 유출 의혹

25일 발생한 해킹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6·25에 맞춰 청와대 및 정부 부처, 정당, 언론사 등 16개 기관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안랩은 이번 디도스(DDoS) 공격을 유발한 악성코드가 25일 0시부터 배포됐으며 오전 10시에 디도스 공격을 수행하도록 서버로부터 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래밍대로 공격은 오전 10~11시에 집중됐다.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통일부 홈페이지가 줄줄이 문제를 일으켰고 오후 2시 40분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안랩은 또 지난 2011년의 3·4 디도스 공격 때와 마찬가지로 웹하드를 통해 악성코드가 배포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해킹 피해는 단순 홈페이지 위·변조나 접속 장애 외에 개인 정보 유출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해킹을 당한 새누리당 일부 시·도당에서는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박재문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를 유포하는 사이트 3곳을 발견해 차단했다”면서 “유출된 정보의 진위 여부와 유출 기관 등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해킹을 ‘한 단체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어떤 단체인지, 목적이 무엇인지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해킹된 홈페이지에는 국제 해커그룹으로 알려진 어나니머스(Anonymous)의 이름이 쓰여 있으나 정부는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번 해킹은 북한 소행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6월 25일에 맞춰 대대적인 해킹 공격이 이뤄졌다는 점, 공격수법이 2009년과 2011년 북한이 벌인 디도스 공격과 유사하다는 점 등이 근거다. 그러나 박 국장은 “아직 단정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해킹의 경로나 방법, 로그 기록 등을 분석해서 유사성이 발견돼야 하는데 아직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방송사·금융사 정보전산망이 공격받은 3·20 사이버 테러 이후 석 달 만에 청와대 등의 보안망이 뚫리면서 그간 대책 마련이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어나니머스 소속 일부 해커들은 이날 낮 12시를 기해 북한 관련 사이트 46곳을 디도스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사이트는 접속 장애 등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어나니머스 측은 이날 북한 웹사이트의 해킹을 통해 확보한 명단을 공개했다. 어나니머스는 이를 “북한 군 고위간부”라고 주장했다. 이 명단에는 곽종구, 권덕기, 김석일, 리철석 등 13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 등이 적혀 있다. 하지만 명단 속 주소지가 대부분 북한이 아닌 중국인 데다 일부 인사들은 1982년, 1989년생 등으로 표기돼, ‘고위 간부’란 주장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3-06-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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