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비상인데…” 명동상점은 문 열고 냉방 ‘쌩쌩’

“전력 비상인데…” 명동상점은 문 열고 냉방 ‘쌩쌩’

입력 2013-06-04 00:00
수정 2013-06-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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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상점 대부분 문열고 영업…”왜 상인에게 희생 강요하나” 반발도

원자력 발전소 무더기 가동 중단으로 이틀 연속 전력 경보가 발령된 4일 서울 명동의 상점들은 여전히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며 영업 중이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명동역에서 명동예술극장까지 약 300여m 거리에 밀집된 수십개의 상점들은 1~2곳을 제외하고 모두 에어컨을 가동하고 문을 열어둔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20여개의 화장품 상점들은 예외없이 문을 활짝 열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바빴다.

30도 가까이 오른 기온에도 불구 거리 양쪽에서 쏟아지는 에어컨 냉기 탓에 거리를 걷는 내내 서늘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이런 상황은 명동성당에서 롯데백화점 본점까지 이르는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이 열린 화장품 상점 앞에는 1~2명의 직원이 나와 일본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하며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오전에는 문을 닫고 영업을 하던 의류·구두 매장들도 오후 들어 사람들이 많아지자 대부분 문을 활짝 열고 손님을 맞았다.

상대적으로 대형 매장일수록 문을 연 채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았으며 일부 매장은 아예 1층 전체를 통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화장품 상점의 한 직원은 “우리도 문을 닫고 영업을 하고 싶지만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문을 닫고 밖에 나와 호객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솔직히 벌금은 큰 부담이 아닌데 올해는 전력사정이 안 좋다고 해서 눈치가 좀 보인다”고 말했다.

상점에 절전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직원들도 있었다.

한 상점 직원은 “화장품 상점은 상품 특성상 잠깐씩 드나드는 고객들이 많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며 “에어컨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문을 열고 고객을 더 끌어들이겠다는 것이 모든 화장품 상점의 공통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잘못해 놓고 왜 애꿎은 상점에 희생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화장품·의류매장처럼 적극적인 광고가 필요없는 편의점, 휴대전화 매장 등도 일부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었으며 대낮인데도 불필요한 네온사인을 켜놓은 상점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지난해 중구청은 7~9월간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거나 실내 온도가 26도 이하인 전력 다소비 건물을 대상으로 절전 단속을 벌여 위반횟수에 따라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했다.

올해는 아직 산업통상자원부 지침이 확정되지 않아 단속 일정과 기준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중구청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단속을 나가면 상인들의 반응이 좋지 않지만 전력 비상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올해 지침이 확정되는 대로 규정에 따라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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