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관가 “무조건 줄이자” 절전 아이디어 발굴에 ‘골몰’
올해 여름은 땀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벌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가동 중단 사태로 최악의 전력난까지 우려되면서 절전이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소가 무더기로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전력거래소는 4일 전력수급 경보 ‘준비’(예비전력 400만㎾ 이상 500만㎾ 미만)를 발령했다. 예비전력이 순간적으로 450만㎾ 미만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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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기를 많이 먹는 냉방기와 엘리베이터가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부채와 손수건이 올여름 필수품이 될 전망이다.
전기에 민감한 축산농가들은 “정전이라도 된다면 끝장”이라며 노심초사하며 전력난에 대비할 묘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산업현장, 대응책 마련 골몰
LG화학 오창공장은 올해 사용계획 대비 10%의 에너지를 절감하기로 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전담팀까지 꾸려 절감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다.
실내 온도 26도 이상 유지, 3층 이하 이동 시 계단 사용, 간편 복장 착용, 사무기기 절전상태 설정, 센서 이용 자동조명제어 시스템 설치 등 자체 절전 방안을 마련했고 위급 상황 시 비상발전기 가동 태세도 갖췄다.
이 회사 여수공장은 피크 시간대에 가동률을 70% 정도로 낮추고 일시 정지가 가능한 공정은 멈추기로 했다.
여수산단의 GS칼텍스는 최고 전력사용량의 3% 이상을 줄이기로 하고 모터(전기)로 가동하는 공정을 피크 시간대에는 터빈(가스)으로 전환하는 등의 대책을 세웠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여름철 전력 최대 사용량을 낮추는 한편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문자메시지를 통해 경보를 발령하고, 에어컨이나 냉동기 가동도 억제할 방침이다.
구미공단의 삼성전자는 대용량 발전기를 구매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한 관계자는 “블랙아웃에 대비해 발전기 구비도 검토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린다”며 “만약 블랙아웃이 되면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산업시설이 밀집한 울산은 말 그대로 초비상 상태다. 24시간 가동되는 장치산업이 적지 않아 순간의 정전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떠안게 되기 때문에 대응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 관공서 “아끼고 줄이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 전력수급대책에 맞춰 각종 절전 방안을 내놓고 있다.
광역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7∼8월 전력 사용량을 작년 같은 시기보다 15% 줄여야 하고 계약 전력이 100㎾ 이상이면 전력 피크 시간대 사용량을 20% 감축해야 한다.
피크 시간대 냉방기 30분 간격으로 운전·정지, 엘리베이터 사용 자제, 간소복 착용, 냉방온도 28도 이상 유지, 점심시간 일괄 소등, 컴퓨터 전원 끄기 등이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과 연계해 야근 줄이기(인천시), LED조명등 교체 사업 조기 완료(충북도), 호텔과 골프장 등 대형 사업장의 전력 위기 시 자가 발전기 가동(제주도) 등의 시책이 눈에 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제주도는 한 걱정이다. 전력연계선을 통해 육지에서 들어오는 전력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전력난이 불 보듯 뻔해서다.
전력거래소 제주지사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피서철에 전력을 최대치로 공급받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벌써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냉방기를 가동한 채 문을 열고 영업행위를 하는 상가를 수시 단속,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 축산농가들 “전기 끊기면 어쩌나” 한숨
축산농가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력난 심화로 만에 하나 전기가 끊기면 가축 집단 폐사 사태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충북 충주에서 돼지 3천 마리를 사육하는 정모(58)씨는 해마다 여름철에 5개 축사에서 50대의 선풍기를 돌려 적정 온도를 유지해왔으나 올해 전력난이 예상되자 좌불안석이다.
단전에 대비해 비상 발전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민이다.
정씨는 “70마력짜리 발전기가 2천만원대인데 구매 비용은 물론 하루 200만원의 유류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전기 구매비를 보조하지 않는 한 (단전 시) 축사 창문을 열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경북 의성에서 한우 500마리를 키우는 김모(52)씨는 “벌써 대형 선풍기 200대를 가동하고 있는데 전기가 끊기면 속수무책”이라며 “정전에 대비해 농가에서 비상 발전기를 구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한숨을 지었다.
인천 강화도에서 닭 20만 마리를 사육 중인 안모(55)씨는 “지난해 여름은 발전기 1대와 대형 팬 30대로 실내 열을 내리며 겨우 버텼다”며 “추가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전력 상황이 악화할까 걱정”이라고 무거운 표정을 보였다.
전북도는 ‘닭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밀식 사육을 하는 닭은 한여름 에어컨과 환풍기 등이 꺼지면 1~2시간 만에 집단 폐사할 만큼 더위에 약하다.
도는 현재로서는 농가마다 비상발전기를 갖추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공급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도의 한 관계자는 “각 농가를 대상으로 발전기 보유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필요한 곳에는 예산 지원을 해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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