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임직원에게 이메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최근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3일 회사 임직원에게 띄운 이메일을 통해서다.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회장 이재현입니다”로 시작하는 이메일을 4만명 임직원에게 띄워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솔직하게 사과했다. 이 회장이 이메일을 통해 전체 임직원에게 사과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번 사태로 인해 혼란스러운 사내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는 이메일에서 “나와 우리 그룹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그룹 성장을 위해 밤낮없이 달려온 임직원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고, 주위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게 했다는 생각에 미안할 뿐”이라고 사과했다.
CJ그룹 경영자로서 첫 행사였던 1993년 신입사원과의 만남을 회고하고 20년 새 4만명이 일하는 회사로 성장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내며 이번 일로 흔들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CJ그룹은 나 개인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것이다. 개인의 안위는 모두 내려놓고 우리 CJ와 임직원 여러분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리더인 제가 여러분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힌 점, 정말 가슴 깊이 사죄한다. 여러분이 받은 상처와 아픔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두고두고 갚겠다”고 글을 끝맺었다.
이 회장이 이메일을 띄운 시간은 오전 1시쯤. CJ 관계자는 “더 이상 입 다물고 있는 것은 직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밤새 고민해 이메일을 작성한 것 같다”며 “억울하다는 해명이 아니라 4만명의 일터인 CJ가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돼야 한다는 의미를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이메일 한 통으로 사내 분위기는 일순 환기됐다. 이날 임직원들은 사내 토론방에 ‘아침부터 먹먹하다’, ‘다시 심기일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등의 글을 올리며 회장과 서로를 격려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2013-06-04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