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직업 체험 기회”…”학력저하·기말고사 부담 심해져”학교들, 자유학기제 연기 건의…일부는 변형 중간고사
중간고사가 한창이던 이달 초·중순, 학생들에게 시험을 보는 대신 직업현장을 찾도록 한 중학교가 있다. 바로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시행 중인 서울 시내 11개 연구학교다.이들 학교는 중간고사·기말고사·수행평가로 성적을 산출하는 다른 중학교와 달리 수행평가와 기말고사 점수만으로 평가한다. 여기에는 진로 수행평가가 10∼15%(서울시교육청 가이드라인) 반영된다.
올해 새 학기부터 진로 집중교육을 시작해 최근 중간고사를 대신해 현장체험까지 마친 연구학교들은 진로탐색 집중학년제의 가장 큰 장점으로 학생들이 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꼽았다.
사당중 박미정 교감은 22일 “직업인 36명을 초청해 강연하는 ‘행복콘서트’를 여는 등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어떻게 공부할지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강중 장명희 교감은 “학부모를 명예교사로 초청해 직업세계를 알려주는 ‘커리어코칭’과 미래 직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수업 등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력저하·보여주기 식 진로교육·과도한 기말고사 부담 등 제도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연구학교 교사는 “중간고사를 안 보고 넘어가니 기말고사에 대한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아예 시험을 포기해버리는 학생이 나온다”며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주요 과목은 ‘형성평가’를 치르고 학기말 성적에 미리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반영 비중은 적지만, 사실상 중간고사를 치르는 셈이다.
다른 연구학교 교사는 “진로교육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하다 보니 교과과정과 진로를 억지로 접목시킨 형식적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지역사회나 기업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체험의 장’이 부족한 것도 미흡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교육청이 연구학교 교감 및 진로 담당 교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
교감단과는 이번이 처음이고 실무 교사들과도 새 학기 들어서는 첫 만남이었다.
간담회에 참여했던 한 교사는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가 많이 나왔다”며 “진로교육을 병행하면서 중간고사를 치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도 있었다”고 밝혔다.
형성평가 시행을 반대해온 서울교육청도 학생들에게 너무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행하라고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 집중교육을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시행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진로교육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외려 중학교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내년 1학년 1학기부터 자유학기제를 시범 시행하는 안도 제시했으나 교감단 다수는 마찬가지 이유에서 반대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교감은 “대부분 자유학기제를 1학년 2학기 이후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제시했다”며 “서울교육청에서도 이런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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