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의혹’ 무더기 출금 강수…시험대 오른 경찰

‘성접대 의혹’ 무더기 출금 강수…시험대 오른 경찰

입력 2013-03-28 00:00
수정 2013-03-2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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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입증이 관건…무리한 수사로 판명되면 후폭풍 거셀듯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성 접대 의혹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인사 10여명에 대한 무더기 출금금지를 요청, 이들이 불법 행위에 연루된 어떤 정황이나 혐의를 잡았는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출국금지는 경찰의 수사 강도가 임의수사에서 강제수사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로 혐의 내용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법무차관 등 주요 인사들이 이번 출금 요청 대상에 포함된 만큼 무리한 수사로 판명되면 상당한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자 윤모(52)씨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김 전 차관 등 10여명에 대한 출금을 법무부에 요청하면서 수사 ‘필요성’과 범죄 혐의에 대한 ‘상당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이번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10여명의 범죄 혐의에 대해 경찰이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경찰은 그러나 “혐의에 대한 상당성이 있다”고 얘기했을 뿐 그 혐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입을 닫고 있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앞서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성 접대 추정 동영상은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 어렵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과수는 “해상도가 낮아 얼굴 대조 작업에서 (김 전 차관과의) 동일성 여부를 논단하는 것이 곤란하다. 다만 얼굴 형태 윤곽선이 유사하게 관찰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을 성 접대했다는 여성의 진술도 오락가락하고 있어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혐의에 대한 상당성이 있다고 한 것은 김 전 차관 등이 윤씨가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이나 정황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윤씨가 건설 시행업 등을 하면서 2000년 이후에만 사기·횡령·간통·사문서 위조 등으로 20여 차례나 입건됐지만 단 한 번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씨가 김 전 차관 등 공직자 등과 맺어온 친분 관계가 유리한 처분을 받는 데 도움이 됐는지가 관건이다.

김 전 차관 등 출금 요청자에 대해 경찰이 어떤 혐의를 적시했는지는 검찰과 법무부가 출금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다만 출금을 거부했을 때 역풍을 감안해 혐의 내용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더라도 검찰과 법무부가 경찰의 출금 요청을 굳이 막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경찰의 이번 출금을 두고 뒷말도 무성하다.

우선 경찰이 검찰·법무부에 출금을 요청한 사실이 경찰의 공식 언론 창구가 아닌 다른 경찰 내부 관계자 사이에서 흘러나온 부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출금 요청과 실제 출금 시기에 시차가 있는데 요청 시기에 이 같은 사실이 흘러 나왔다면 이는 범죄 혐의자에게 ‘도망치라’는 사실상 수사 방해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라인 내부에 알력 다툼이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진행하지 않으면서 수사 의지를 의심받자 경찰이 전략적으로 강수를 뒀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이례적으로 공개 내사에 나섰다가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김 전 차관을 피의자로 만들면서까지 혐의 입증에 실패할 경우 상당한 후폭풍도 예상된다. 내사 단계에서 피의사실이 흘러나오면서 김 전 차관은 차관직을 내놨고 명예도 상당 부분 훼손됐다.

’성 접대 리스트’ 등이 퍼져 나가면서 언급된 유력 인사들 역시 인격 살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이런 측면에서 경찰이 수사에 실패할 경우 혐의도 입증하지 못하면서 검찰 흠집 내기 등 용도로 사건을 부풀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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