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등산객… 불씨 안은 주5일제

늘어나는 등산객… 불씨 안은 주5일제

입력 2013-03-12 00:00
수정 2013-03-1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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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토·일요일 화재 32%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전국에서 28건의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주5일제 등 여가시간의 증가로 주말 산불 위험이 크게 높아진 사실이 통계로 확인됐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팀의 ‘통계로 본 우리나라의 산불 특성 연구’에 따르면 등산객이 늘어난 2000년대 들어 토요일 화재 발생률(14%)이 금요일 발생률(12%)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2009년 연평균 주말 화재 발생 건수도 1990년대에 비해 토요일은 37건에서 73건으로, 일요일은 58건에서 96건으로 모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00년대 들어 3건의 화재 중 1건(32%)은 토·일요일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1970~2000년대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날은 일요일로 전체의 17.5%를 차지했다.

주5일제로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입산자에 의한 실화가 다른 화재 원인을 크게 웃돌고 있다. 성묘객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1970년대 23.7%에서 2000년대 6.4%로 줄어든 반면 입산자에 의한 실화는 같은 기간 29.5%에서 41.8%로 증가했다. 지난해 발생한 197건의 산불 중 87건(44.1%)이 입산자의 실화였다.

문제는 산불의 요일별 빈도나 양상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졌는데도 산불 방지 대책이 여전히 캠페인 등 홍보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데 있다. 주말 근무 인원 부족 등으로 사태를 뒤늦게 파악한 산림청은 지난 9일 20여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산불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11일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주말 화재가 늘어나고 있지만 주말·명절 산불 방지는 공무원들에게 기피 업무일 수밖에 없다”면서 “산불방지 부서의 위상을 높이고 인사상 인센티브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70년대 평균 6050㎥이던 임목피해재적(피해수목을 부피로 환산한 것)이 2000년대 20만 1071㎥로 늘어나는 등 산불로 인한 피해는 더욱 커졌지만 산불 방지 예산은 1970년대 산림 예산의 10%에서 2000년대 5% 수준으로 감소했다”면서 “예산 확보를 통해 무인감시카메라 등 과학적인 예보·진화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03-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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