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화학물질 누출…주민 불안 증폭

자고 나면 화학물질 누출…주민 불안 증폭

입력 2013-03-05 00:00
수정 2013-03-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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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서 6개월새 4건…사고예방 대책 마련해야

“불산에다 염산, 염소가스까지…자고 나면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나니 불안해서 살 수 있겠어요?”

경북 낙동강 유역 산업벨트에서 최근 유독성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사고가 날 때마다 행정·환경당국은 대책 마련에 요란을 떨지만 잇단 사고로 공염불이라는 지적이다.

화학물질 누출사고는 인명뿐 아니라 대기, 수질, 토양 등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과 안전관리에 허점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

5일 오전 8시 50분께 구미공단 내 화공약품 제조업체인 구미케미칼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됐다.

사고는 공장 내 송풍기 고장으로 발생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구미케미칼 손종만 이사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직원이 탱크로리에 든 액체 상태의 염소를 밸브를 통해 옮기는 과정에서 송풍기가 고장 나 역류하는 바람에 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사고로 구미케미칼 직원 1명과 인근 공장 직원 10명 등 모두 11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염소가스는 매우 작은 양에도 독성이 강하다.

또 지난 2일 구미의 반도체 부품공장인 LG실트론에서는 불산, 질산, 초산 등이 섞인 화학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장 측은 16시간이 지난 후 제보를 받은 구미시와 소방당국이 경위를 확인하자 뒤늦게 사고를 시인했다.

사고를 신고하지 않아 위법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1월 12일에는 상주 청리산업단지 내 태양광발전 소재 생산공장인 웅진폴리실리콘에서 염산이 누출됐다.

가동이 중단된 공장이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염산이 인근 소하천으로 흘러 들어갔고 가스 상태로 인근 마을까지 퍼졌다.

이밖에 지난해 9월 27일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화공업체인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 5명이 숨지고 인근 지역이 오염되는 엄청난 피해가 났다.

이 같은 유독물질 누출사고들은 대형 수질·대기 오염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2008년 김천의 코오롱유화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근로자 2명이 숨지고 유해 화학물질인 페놀이 대량 유출됐다.

사고가 난 다음날에는 낙동강 구미광역취수장에서 기준치(0.005ppm)를 초과한 페놀이 검출돼 구미·칠곡 지역에 상수도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기업이나 관계당국이 제대로 신고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대응, 안전불감증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구미 휴브글로벌 사고 때는 환경부가 화학물질 사고 위기경보를 성급하게 해제, 2차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받았다.

상주 웅진폴리실리콘 사고 때는 회사측이 주민이 당국에 신고할 때까지 발생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처럼 사고가 빈발하면서 구미를 비롯한 유해화학물질 기업이 많은 경북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구미시민 김모(40)씨는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마련에 부산을 떨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으니 말로만 대책 운운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잊을만 하면 사고가 터지니 불안해서 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구미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구미풀뿌리희망연대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연이은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에서 산업단지 내 안전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며 “구미시와 정부 차원에서 재발방지 및 안전관리에 대한 총체적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북 낙동강 수계에서 페놀 등 유독물질 누출이 잇따르면서 주민들은 수질과 대기 오염 공포에 떨고 있다.

당국과 업체의 대응·관리 부실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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