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회사 프로그램이 ‘사람찾기 비법’…업자 2명 집유
“사람을 찾아드립니다.”’대한민국 민간 조사기업 1위’를 표방한 심부름센터 A사는 기업조사, 각종 감식, 역할 대행, 신변 보호 등을 주요 업무로 내걸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사람 찾기’에 일가견이 있었다.
특히 휴대전화 번호만 주면 번호 주인이 사는 곳을 귀신같이 찾아내 혀를 내두르게 했다. 현 주거지는 휴대전화 가입자 인적사항을 원하는 손님들의 첫 번째 요구조건이었다.
그런데 A사를 함께 운영해온 업자 2명이 경찰에 붙잡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이들의 ‘비법’이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A사 김모(30) 본부장은 앞서 다른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던 도중 친누나를 찾던 한 유명 택배회사 직원을 눈여겨봤다.
김씨는 당시 택배회사 직원이 상담을 받다가 사무실 컴퓨터로 택배 배송내역 조회 시스템에 접속해 주소를 알아내는 모습을 보며 재빠르게 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외워뒀다.
이어 박모(29)씨와 2011년 11월 A사를 열고 회사 컴퓨터에 택배회사 프로그램을 무단 설치한 다음 내부 정보통신망에 침입해 필요할 때마다 몰래 배송 내역을 열람했다.
이들은 이름과 전화번호만 넣으면 물품 배송지가 뜨는 택배회사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웬만한 사람의 주소를 알아내고, 물건 종류로 미뤄 평소 취향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노하우를 집대성해 불륜 행적을 뒷조사한 다음 의뢰인에게 수백만원을 받고 ‘○○○ 남편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보고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A사의 불법행위는 불과 1년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검찰은 김씨와 박씨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완형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씨와 박씨에게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이 판사는 “많은 양의 개인 생활 관련 정보와 비밀을 침해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깊이 반성하는 점, 사업자 등록을 했고 본인이나 친척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범행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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