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등 수사의지 평가받아… 수사기간 연장 거부로 ‘미완의 수사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을 파헤쳐온 특검팀이 한 달간의 수사를 마치고 14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봐주기 수사’로 낙인 찍혔던 검찰 수사를 사실상 처음부터 재수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투입된 이광범 특검팀은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청와대 전직간부와 직원 등 3명을 기소하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청와대의 자료제출 거부와 주요 사건 관계자의 출석 거부로 수사상 난관을 겪은데다 수사기간 연장신청 거부로 시간적 압박까지 받게 돼 국민적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특검은 결국 사저부지 매입의 당사자인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무혐의 처분하고 국세청에 증여 과세자료만 넘기는 데 그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현직 대통령 자녀 첫 소환…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 이광범 특검팀의 성과로 첫손에 꼽아야 할 것은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 소환조사다.
역대 11번의 특검 중 현직 대통령의 자녀를 직접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형씨는 검찰 조사에서는 서면 답변서만 제출했을 뿐 직접 조사는 받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시형씨의 진술서를 받아보고 ‘아귀가 맞아떨어진다’며 추가 조사의 필요성까지 부정했다.
그러나 시형씨를 직접 조사한 특검팀은 기존 검찰 조사의 허술한 고리를 파고들어 사실상 편법증여가 이뤄진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팀은 이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씨가 회장으로 있는 자동차 시트 부품 제조업체 다스 경주 본사도 압수수색했다.
과거 검찰과 특검이 각각 한 차례씩 조사를 벌였으나 다스 본사는 단 한 차례도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아 난공불락의 요새로 불렸던 곳이다.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핵심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법원에 청와대 관저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관저는 기각됐지만 경호처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들어 압수수색을 거부했고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은 불발로 그쳤다.
실패하긴 했지만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는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한 특검팀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 밝혀낸 사실은 = 검찰은 시형씨가 큰아버지인 이상은 회장에게서 부지매입 자금으로 현금 6억원을 빌린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 돈의 출처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해 시형씨에게 빌려준 돈이 이 회장 자택의 붙박이장에 보관하던 현금 뭉치 중 일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집 안에 거액의 현금 뭉치를 보관한 이유에 대해 이 회장 측은 소환조사에 앞서 “국회의원(이상득 전 의원) 도와줄 사람도 있고 해서 2005년부터 개인계좌에서 1천만~2천만원씩 빼내 최대 10억원까지 집 안 붙박이장에 보관했다”고 입을 열었다.
또 이 돈이 다스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삼성증권 펀드에 투자한 수익금을 찾아 쌓아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해명은 돈의 뿌리가 실소유자 논란을 빚은 서울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을 낳았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검찰에 제출한 서면진술서가 시형씨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이 대신 작성해준 것이라는 진술도 받아냈다.
시형씨는 특검 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면서 청와대 행정관이 대신 작성한 진술서를 대충 검토한 다음 검찰에 제출해 일부 내용에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시형씨가 내야 할 부동산 중개수수료 1천100만원을 청와대 경호처가 대납했다가 사저부지 매입의혹이 불거지자 시형씨에게서 돈을 받아 채워넣은 사실도 확인됐다.
◇미완의 수사결과로 마무리 = 성역 없는 수사의 의지를 보였고 의혹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평가와 더불어 이광범 특검팀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한계도 동시에 드러냈다.
무엇보다 ‘마지막 승부수’로 꺼낸 경호처 압수수색 카드가 무산된 것이 뼈아팠다.
이 때문에 시형씨가 이 회장에게 돈을 빌리면서 청와대 컴퓨터로 작성했다는 차용증 원본 파일을 입수하지 못해 결국 시형씨가 번복한 진술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여기에 역대 특검 중 가장 짧은 30일의 수사기간만 주어진 데다 수사 연장 신청마저 거부당해 결국 특검법이 정한 대로 한 달 안에 모든 수사를 끝내야 했다.
또 시형씨와 수천만원대 돈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난 김 여사의 측근 설모씨, 시형씨에게 직접 현금을 건넸다는 이상은 회장의 부인 박모씨 등 일부 사건 관련자들은 끝까지 특검의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시형씨의 검찰 진술서가 대리 작성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청와대의 비협조로 수사 종료 직전에서야 진술서를 대필한 행정관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경호처가 시형씨의 중개수수료 1천100만원을 대납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경호처가 회계장부를 내놓지 않는 등 청와대는 막판까지 특검팀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이광범 특검팀은 시간에 쫓긴 끝에 미완의 수사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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