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공방’ 차단 포석…대선 임박 시간적 부담도
검찰이 지난 17일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고발된지 사흘만인 20일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자칫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질 수 있는 사건을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검찰이 이날 압수수색한 곳은 홍 전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자금 공여자로 지목된 진모 회장이 운영하는 경남 합천 H공업 공장과 사무실 등 4∼5곳이다.
검찰은 오전 9시부터 서울과 합천에서 선거 관련자료와 회계장부, 전산자료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검찰은 핵심 조사 대상자의 소환이나 체포에 임박해 압수수색을 하기 마련이다. 꼼짝 못하는 증거를 확보한 뒤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자백을 받아내는 수순을 취할 때가 많다.
너무 이르게 압수수색에 나섰다가는 수사 목표가 노출돼 오히려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데다 수사협조를 받는데 지장이 생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 개별 사건의 종류나 성질에 따라 압수수색 시점은 조금씩 달라진다.
이번 사건은 중앙선관위가 17일 고발자료를 넘길 때 이미 대강의 혐의 내용이 공개돼 수사의 핵심인 ‘밀행성’이 떨어져 버렸다.
검찰이 은밀하게 수사망을 좁혀갈 여지가 사실상 사라진 만큼 강제 수사에 급피치를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이미 선관위에서 고발인과 제보자 조사가 충분히 이뤄진 점에 비춰 검찰이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검찰은 지난 사흘간 선관위 고발인 조사를 마쳤고 제보자인 진 회장 운전기사 고모씨도 두 번이나 불러 핵심사항의 조사를 끝냈다.
통상적인 수사진행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검찰은 고씨를 연이틀 소환해 홍 전 의원측에 6천만원이 전달된 정황에 관해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사건이 표면화된 이후 선관위와 제보자 고씨는 ‘돈이 건네진 게 분명하다’고 밝힌 반면 홍 전 의원은 즉각 반박 회견을 열었고 공여자로 지목된 진 회장도 의혹을 부인했다.
전형적으로 사건이 ‘진실게임’으로 번져갈 양상을 보이자 검찰이 재빨리 차단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금이 오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진 회장을 소환했다가 부인으로 일관할 경우 자금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압수수색과 동시에 주변인 진술에도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이 제보자 진술만 들어보고는 곧장 증거 확보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정치자금법이 적용돼 공소시효가 7년인 만큼 수사기간에는 여유가 있지만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서 검찰은 시간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고씨와의 대질신문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돈 전달 정황을 알고 있다는 제3자인 홍 전 의원 전직 보좌진 이모씨와 측근 여성을 서둘러 조사키로 했다.
검찰이 전격적인 압수수색 이후 빠른 행보로 불법 정치자금의 실체를 캐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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