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살해 고교생 실형…”죄책감과 고통 이해”
서울고등법원의 유일한 여성 재판장인 형사10부 조경란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14기)가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던 끝에 눈물을 훔치자 한동안 법정이 숙연해졌다.6일 오전 서울고법 서관505호 법정.
성적 압박에 못 이겨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된 A(19)군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조 부장판사는 “원심의 양형은 무겁거나 가볍지 않고 적정했다”며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전부 기각하고 징역 장기 3년6월, 단기 3년을 선고했다.
조 부장판사는 평소와 다름 없이 담담한 목소리로 검찰과 피고인 측의 법리오해와 양형부당 주장을 배척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A군이 2008년 이후 성적 향상을 강요받으며 어머니에게 골프채로 100~200대씩 수년간 맞아왔고, 범행 당시에는 사흘 동안이나 잠을 못 자고 밥도 굶은 상태에서 사물에 대한 변별력 없이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조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빌어 재판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히며 목소리를 떨기 시작했다.
조 부장판사는 “피고인 부자가 제출한 반성문과 탄원서로 미루어 피고인이 올바른 심성으로 아름답게 성장할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어서 피고인을 실형에 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피고인과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피고인 부자의 죄책감과 고통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형벌은 피고인 한 사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피고인으로서도 일정 기간 가장 낮은 곳에서 섬김과 봉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속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오히려 유익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주문을 읽기 직전, 눈물을 훔치면서 잠시 목을 가다듬은 조 부장판사는 “피고인을 아버지 품으로 바로 돌려보내지는 못하지만, 어미의 심정으로 피고인 부자가 의지하는 하나님께 피고인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하며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고 말했다.
피고인을 보러 온 일부 방청객들은 함께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떠났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