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바람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비바람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입력 2012-08-31 00:00
수정 2012-08-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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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성폭행 초등생 태풍 속 ‘나홀로 사투’경찰 브리핑·수사결과 토대 사건 재구성

방에서 자던 초등학생이 이불에 싸인 채 납치돼 성폭행당한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바로 이웃집에 사는 고모(23)씨를 검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조속한 검거를 지시한 지 한나절도 채 안 돼서였다.

경찰 수사와 브리핑 내용을 토대로 초등생 성폭행 사건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태풍 ‘덴빈’이 비바람을 몰고 오던 지난 29일 오후 10시께.

부모 형제 일가족 5명과 함께 살던 A(7)양은 거실에서 언니와 오빠, 동생과 함께 잠이 들었다.

A양의 집은 원래 분식점이었으나 가게를 개조해 거실로 쓰고 있었고 평소처럼 출입문을 잠그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오후 11시께 A양의 어머니 B씨는 드라마를 본 뒤 아이들이 자는 것을 확인하고 컴퓨터게임을 하기 위해 인근 PC방에 갔다.

B씨가 집에 돌아온 시각은 다음날 새벽 2시30분께. 거실에서 잠이 들었던 B씨는 오전 3시쯤 막내가 오줌을 싼 것 같아 눈을 떴고 이때 A양이 잠자리에 없는 것을 알았다.

A양이 안방에서 자고 있던 아빠 곁에서 자고 있을 것이라고 여긴 어머니는 아무 의심없이 그대로 잤다.

곤한 잠에 빠져 있던 A양은 누군가가 자신을 안고 가는 것을 느끼고 잠을 깼다. 낯선 아저씨가 자신을 이불째 안고 막 집을 빠져나와 골목길에 접어들 때였다.

비바람이 부는 어둠 속에서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의 공포에 질린 A양은 “아저씨 살려주세요. 왜 그러세요”라고 애원했다.

이때 용의자 고씨는 “삼촌이야 괜찮다. 같이 가자”며 영산강변으로 곧장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씨는 영산강 다리 밑에서 아이에게 평생 잊지 못할 몹쓸 짓을 했다. 그리고 아이를 그대로 버려둔 채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어머니는 딸이 집에 없다는 것을 오전 7시30분께에서야 알았다. 집 부근에서 30여분 동안 남편과 함께 딸을 찾던 B씨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 시각 A양은 성폭행을 당한 채 자신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130m가량 떨어진 영산강변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쓰러져 있었다.

아이는 직장이 파열되는 등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이불을 꼭 안은 채 알몸으로 집을 향했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평소 같으면 한걸음에 달려갔을 거리였지만 영산강 둑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경찰이 A양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민 것은 해가 중천에 뜬 오후 1시께였다.

아이는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이불과 함께 온몸이 젖어 있었다.

태풍까지 불어 공포, 추위, 고통이 더한 속에서 A양은 그렇게 긴 새벽과 오전 한나절을 아무도 없이 ‘나홀로’ 보내야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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