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현 부장판사 인터뷰…”프랜드 쟁점에 심혈 기울여””양측이 소비자 관점에서 협상 진행하길 바란다” 형사부 시절엔 고대 의대 성추행사건 전원 실형 선고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침해 소송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 배준현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19기)는 24일 “이번 판결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검토한 쟁점은 프랜드(FRAND)와 관련한 삼성의 권리남용 여부였다”고 밝혔다.배 부장판사는 선고공판 직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네덜란드와 미국 법원이 내놓은 판결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내 판례가 없었기 때문에 판단이 매우 어려웠다”며 “국내법을 근거로 표준특허권자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고 해서 권리를 남용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삼성과 애플 쌍방이 성실한 협상의무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허권자인 삼성이 거래질서를 어지럽히고 사회질서에 반하기 위한 목적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프랜드 선언을 위반한 권리남용이라는 애플의 주장은 배척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프랜드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을 줄인 말이다. 특허가 없는 업체가 표준특허로 우선 제품을 만든 다음 나중에 적정한 특허 기술 사용료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표준특허권자가 무리한 요구를 해 경쟁사의 제품 생산이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약자 보호 제도다.
삼성전자는 무선통신 특허 침해를 이유로 애플에 기기당 2.4%의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애플은 삼성이 다른 업체보다 애플에 더 높은 사용료를 물리는 것이 프랜드 조항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배 부장판사는 이밖에 “일반적인 이론에 근거해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6건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다른 표준특허 침해 여부도 특허법에 근거해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쟁점이 많고 기록이 방대해 선고공판에 이르는 과정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누가 재판에서 이기고 졌다는 관점을 갖기보다는 양측이 상대방 권리를 적절하게 평가하고 소비자 관점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 부장판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3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수원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 2010년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부장판사로 있던 작년 9월 고려대 성추행 사건의 피고인 3명에게 전원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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