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자살’, 학교에 손해배상 청구했더니

‘왕따 자살’, 학교에 손해배상 청구했더니

입력 2012-08-16 00:00
수정 2012-08-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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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학교법인 등 1억3천 배상판결

지난해 연말 대구에서 중학생 권모(당시 14)군이 또래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 법원이 권군이 다니던 학교의 학교법인과 교장, 담임교사, 가해학생 부모가 권군의 유족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구지법 제11민사부(권순탁 부장판사)는 16일 권군의 부모와 형 등 유족이 학교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학교법인과 중학교 교장, 담임교사, 가해자 부모는 원고에게 모두 1억3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권군의 죽음이 스스로 유발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해학생 2명의 지속적인 폭력으로 인한 극도의 정신적 고통을 감당하지 못해 이를 피하기 위한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가해행위와 권군의 사망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권군이 다니는 학교 교장과 담임교사는 친권자 등 법정감독의무자를 대신해 가해학생들을 감독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위반으로 권군이 사망한 만큼 배상 책임이 있고, 교장과 담임의 사용자인 학교법인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은 “권군의 사망은 결국 자신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인 점, 사건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교법인과 교장, 담임, 가해자 부모 등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피고 대구시(교육청) 등은 학교법인의 학교폭력 예방 업무에 관해 필요한 지도, 감독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교육감이 직무에 충실한 보통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정도로 지도ㆍ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은 위법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대구시 등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숨진 권군의 어머니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구교육청 등도 명백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소송을 냈는데 일부청구가 기각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변호사와 상의를 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결을 통해 학교폭력은 민ㆍ형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범죄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학교폭력이 사라지고, 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우선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권군과 같은 학교에 다니다 학교폭력을 교사에게 알린 일로 친구들의 오해를 받게 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P양의 유족들이 학교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서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P양 유족의 청구와 관련, 재판부는 “교장과 담임 등이 P양에게 세심하게 관찰했다고 하더라도 P양이 친구와 갈등만으로 자살에 이르리라고 예상할 것을 기대할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들이 학교폭력 예방법이 정하는 사후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같은 잘못이 P양의 사망을 초래했다고는 할 수 없는 만큼 P양 유족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권군과 박양의 유족들은 올초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법인과 해당 학교의 교장과 교감, 담임교사, 가해 학생의 부모 등 10명을 상대로 각각의 유족에게 3억4천-3억6천여만원씩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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