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2기’ 인권위 어디로 가나

‘현병철 2기’ 인권위 어디로 가나

입력 2012-08-13 00:00
수정 2012-08-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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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유명무실’ 우려…직원들 ‘칼바람’ 걱정도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강한 반대에도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현병철(68)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연임을 재가하면서 향후 인권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현 위원장은 2009년 위원장 취임 당시부터 인권 관련 활동이나 연구 경력이 없어 위원장으로서 부적격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재임 기간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사태, 민간인 사찰 등 대표적인 인권 탄압 사례를 외면해 정권의 눈치만 본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국회는 지난 7월 현 위원장 재임명 여부를 놓고 인사청문회를 열었고, 여당인 새누리당 일부에서조차 연임 반대 의견이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여야 간 견해차가 커 보고서를 채택하지는 못했다.

인권위원장 임명에서 국회는 의견을 낼 뿐 동의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공석인 위원장 자리는 일단 채워졌지만, 그간 현 위원장 연임을 놓고 인권위 내부에서 공개 비판까지 나왔을 만큼 반발이 컸던 탓에 내부 갈등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위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 인권위 안팎에서는 부적격 논란이 컸던 현 위원장이 결국 연임됨에 따라 앞으로 인권위의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현 위원장 연임 반대운동을 편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지금까지 현 위원장과 관련해 드러난 각종 의혹과 자격 논란만 보더라도 시민사회가 그의 연임을 반대할 이유는 충분했다”며 “연임 강행은 현 정부가 임기 말까지 인권과 관련한 어떤 것도 손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권위의 수장을 이렇게 문제가 많은 인물이 연임하게 돼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 기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현병철 연임 결정은 임기 말까지 정치권과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독선적 국정운영을 보여주는 것이자 현 정부가 반(反)인권적이라는 인식이 다져져도 괜찮다는 생각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은 현 위원장 연임으로 정부의 낮은 인권 의식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유엔 등 국제사회를 상대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명숙 활동가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국제 인권기준에 반하는 인물을 인권위원장으로 연임한 만큼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다는 점을 국제 인권단체와 공조해 적극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비판’ 직원들 ‘칼바람’ 우려 = 인권위 직원 상당수는 현 위원장의 연임을 반대해 왔다.

직원들은 현 위원장이 재임 기간 주요 인권탄압 사례를 외면했을 뿐 아니라 취임 초기 행정안전부가 인권위 조직을 21% 줄이는 내용의 직제개정안에 공개적으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 대해 큰 반감을 드러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가 지난 6월13일부터 5일간 위원장과 인권위원 등을 제외한 인권위 직원 8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인권위 직원의 89.5%가 “현병철 위원장 재임 3년간 한국의 인권 상황이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현 위원장 재임 기간 인권위가 사회의 각종 인권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답변도 90.7%에 달했다.

인권위 내부에서 조직적인 반대 행동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이 내부 게시판에 비판적 글을 올리거나 언론에 현 위원장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하는 등 개별적인 반대 의사 표시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손심길 인권위 사무총장이 이들에게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직원들에 대한 줄징계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권위의 한 직원은 “인권위는 표현의 자유와 내부의 건전한 비판을 적극 수용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징계 움직임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에 맞게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인권’ 문제 구원투수 될까 = 현 위원장은 북한 인권문제만 주력하면서 국내 현안을 외면, 인권위의 정체성을 흐트러뜨렸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그러나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중국 당국에 붙잡혀 고문당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이미 북한 인권에서 발을 빼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현 위원장이 연임된 만큼 앞으로 인권위의 활동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태훈 전 인권위 북한인권특별위원장은 “인권위는 유엔 권고로 만들어진 만큼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라며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이 이제 기틀을 잡았으니 현 위원장이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근 인권위 북한인권팀장은 “올해 관련 사업 계획이 나와 있는 만큼 방향이 거기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원장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것이고 상임위원회와 전원위 등의 결정이 필요한 만큼 당장 업무나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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