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동참을” “보여주기식 행정”…승강기·지하철·학교 등 첫 실시
21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오르는 무더운 날씨 속에 서울·인천·부산·광주·대구·대전·울산 등 7개 도시의 승강기와 지하철, 병원, 학교, 백화점 등 28곳에서 ‘절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이 처음 실시됐다. 훈련은 오후 2시부터 20분간 이뤄졌다. 시민들은 “전력 상황이 좋지 않으니 이런 훈련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정부가 제대로 장기 전력수급 상황을 예측했다면 이런 불편이 없었을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한쪽선 정전 훈련
21일 오후 2시 전국적으로 처음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이 실시되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한 의류매장 직원이 손전등을 켜고 옷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후 2시 전국적으로 처음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이 실시되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한 의류매장 직원이 손전등을 켜고 옷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한쪽선 문 연 채 냉방
서울 중구 명동의 일부 상점들은 문을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서울 중구 명동의 일부 상점들은 문을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응급실 앞 상황실 설치해 환자출입 불편
오후 1시 40분 한국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의 전광판에 갑자기 빨간불이 켜졌다. 폭염으로 예비전력이 340만㎾로 떨어지자 전력거래소는 예비전력 단계를 ‘관심’으로 높였다. 정부와 한국전력 등에 즉각 통보했다. 오후 2시 예비전력이 140만㎾로 급락하자 ‘경계단계’를 발령했다. 사이렌과 함께 TV·라디오는 실황방송을 통해 절전대응 훈련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오후 2시 10분 예비전력이 140만㎾에서 60만㎾로 낮아지자 ‘심각단계’에 들어가며 순환단전 조치를 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면 지난해 정전사태와 같은 전국적인 계획 단전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오후 2시 서울 중구 소공동 신세계백화점의 회전 출입문이 멈췄다. 조명과 에어컨 작동도 중단됐다. 백화점은 “절전 대응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며 안내방송을 했다. 훈련이 시작된 지 10분쯤 지나자 백화점 1층 매장 온도는 29도까지 상승했다. 일부 시민들은 손부채로 더위를 식혔다. 쇼핑을 나온 주부 강모(51)씨는 “전기 때문에 난리가 날 수 있다고 하니 불편해도 참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반면 김모(33·여)씨는 “정부가 전력수요 예측을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일을 제대로 했더라면 1970년대식 훈련을 할 필요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는 훈련 탓에 응급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병원 측이 응급센터 앞에 재난대책상황실을 차려 놓고 출입을 막아 버려 응급환자들이 현관을 돌아 작은 쪽문을 이용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병원을 찾은 김미향(74·여)씨는 “모든 대비가 돼 있어야 할 대형 병원에서 환자 이송을 응급 상황이라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도 20분간 암흑에 잠겼다. “훈련경보를 발령합니다.”라는 방송 안내와 함께 사이렌 소리가 20여초간 울리며 일제히 불이 꺼졌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던 일부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정전에 놀라기도 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20분 동안 불을 끄면 돈을 엄청 아낄 수 있다고 들었다.”며 적극 동참했다.
●백화점 에어컨 끄자 온도 29도 찜통
서울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는 지하철 및 승강장 내 정전 대비 훈련이 진행됐다. 오후 2시 10분쯤 승강장 광고판과 조명 일부가 꺼지고 훈련 열차가 들어왔다. 실제 훈련은 차량 1칸에서만 실시됐다. 승객으로 가장한 직원 10명이 스크린도어를 수동으로 열고 승강장을 빠져나가는 시범을 보였다. 대학생 류모(26)씨는 “훈련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 정도로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잘 대처할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한준규·이영준·신진호·명희진기자
apple@seoul.co.kr
2012-06-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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