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고교생, 좀비PC 4000대 동원해 공격한 곳이

10대 고교생, 좀비PC 4000대 동원해 공격한 곳이

입력 2012-06-08 00:00
수정 201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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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2학년생이 좀비PC 수천대를 이용해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일삼다 경찰에 붙잡혔다. 해킹을 포함한 온라인범죄 사범 가운데 10대 청소년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좀비PC로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시도한 원모(18)군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원군은 평소 알고 지내던 A(17·고2)양이 운영하는 쇼핑몰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통해 악성코드를 심어 다운시킨 뒤 5000여명의 회원 정보를 해킹하고 강제로 탈퇴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원군이 디도스 공격에 동원한 좀비PC는 4000여대로 이는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때 사용됐던 좀비PC보다 20배나 많은 규모다.

경찰 조사 결과 대전의 한 방송통신고 2학년에 재학중인 원군은 ‘장난삼아’ 쇼핑몰사이트 디도스 공격에 나섰다. 평소에도 컴퓨터 해킹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상습적으로 디도스 공격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한 명이 해킹을 시도하다 서버의 취약점을 발견하지 못해 실패하면 실력이 더 나은 다른 친구가 도와주면서 서로의 해킹을 보완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사이버테러 사범 2711명 가운데 10대 청소년은 915명으로 전체의 33.7%를 차지했다. 사이버테러 사범 10명 가운데 3명이 청소년이다. 전체 사이버테러 사범 가운데 청소년 비중은 2009년 30.5%, 2010년 31.5% 등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

범죄 양상도 다양화되고 있다. 디도스 공격을 통한 서버 다운, 개인정보 해킹, 불법프로그램 판매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지난달 1일 디도스 공격용 악성 프로그램을 제작·판매한 장모(14)군 등 3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이런 악성 프로그램을 인터넷 블랙마켓(암시장)에서 건당 5000~1만원을 받고 불특정다수에게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도 최근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4차례에 걸쳐 디도스 공격을 가하고 악성코드를 유포한 고교 1년생 윤모(16)군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청소년들의 온라인범죄 가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라인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성렬 건국대 인터넷·미디어공학부 교수는 “청소년들은 게임 아이템을 훔치는 일 등이 그저 재미일 뿐”이라면서 “좀비PC를 만드는 것도 그들에겐 하나의 놀이 문화”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좀비PC 공격을 비롯한 사이버범죄 역시 심각한 범죄행위이며 추적하면 반드시 잡히고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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