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땐 수급비 지원 축소 활동보조 서비스도 절반 깎여
지난 26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의 한 교회에서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신랑 신모씨와 신부 조모씨가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신씨와 조씨는 지난해 7월 지인의 소개로 만나 10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둘 다 중증장애인이니 갈 만한 데가 없었어요. 집이 가까워 왔다 갔다 하면서 만나고, 주로 교회에서 만났어요.” 신씨가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 돼서 조씨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3년 안에 같이 살자.”는 짧고 투박한 고백이었다. 조씨는 마냥 좋았다. 단번에 “오케이”했다. 조씨는 “비 오는 날 남편과 함께 비를 쫄딱 맞고 거리를 달렸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연애담을 말했다. 또 “휠체어를 타고 환하게 웃으며 제게 달려오는 남편이 그렇게 멋있게 보일 수가 없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신씨와 조씨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혼인신고 얘기에 조씨의 얼굴이 다소 일그러졌다. “할 수만 있으면 하고 싶죠. 그렇지만 하고 싶어도 못 해요.” 1급 장애인 대부분은 결혼을 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조씨는 “서울시가 1급 중증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원을 파견해 간호하는 활동보조 서비스의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다 매달 받는 수급비마저 대폭 깎이기 때문”이라며 혼인신고를 못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현실에 오히려 마음 아파했다.
신씨와 조씨는 휠체어와 활동 보조인이 없으면 당장 화장실조차 갈 수 없다. “늘려 줄 수는 없더라도 지금 쓰고 있는 시간만큼이라도 쓰게 해 줬으면 좋겠는데. 결혼하면 도움받을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라고 했다.
신씨와 조씨는 27일 아침 목포에서 제주도로 5박 6일간의 신혼여행을 떠났다. 활동보조인 2명도 함께했다. 여객선편을 이용했다. 비행기는 애당초 탈 엄두조차 못 냈다. 휠체어를 화물칸에 실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일이 적잖아서다. 조씨는 “설렐 뿐”이라고 했다.
신혼 부부는 “일반 부부들이 살듯 알콩달콩 살고 싶다.”고 말했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겠죠. 안 맞는 부분이 생기면 서로 잘 맞춰 갈 거예요. 그렇게 남들 살듯, 숨 쉬는 순간순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씨와 조씨는 손을 꼭 잡았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2012-05-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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