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폭탄’ 주가조작 이득 노린 범죄”

“‘사제폭탄’ 주가조작 이득 노린 범죄”

입력 2011-05-15 00:00
수정 2011-05-1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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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투자로 3억 손실에 좌절..옵션 만기일 노려 범행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 사제폭탄 폭발 사건은 선물투자 실패에 좌절한 한 40대 남성이 주가폭락을 유발해 이득을 얻으려고 저지른 계획적 범죄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사건의 주범 김모(43)씨를 전날 붙잡아 조사한 결과 김씨가 2010년 7월 출소 후 3억300만원을 빌려 주식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실패, 심한 빚 독촉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는 지난 11일 선배로부터 5천만원을 빌려 선물옵션에 투자하고서 풋옵션 만기일인 12일을 범행일로 잡았으며 “공공시설에서 폭발사건이 일어나면 주가가 내려가 큰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에 앞서 지난달 인터넷에서 ‘사제폭발물 제조법’ 등 검색어를 입력해 나온 게시물을 보고 폭발물 제조업을 배웠으며 지난해 알게 된 공범 이모(36)씨에게 폭죽 8통과 타이머, 배터리 등 21만원어치를 구입토록 했다.

이씨는 김씨가 평소 친구한테서 고급 승용차를 빌려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 부유층이라고 생각했으며 자신에게 사업자금 1억원을 빌려주겠다고 해 폭발물 재료를 구입해줬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씨한테서 재료를 건네받은 김씨는 지난 12일 오전 4시께 천호대교 밑 한강공원 주차장에 렌터카를 세우고 차량 안에서 재료를 조립, 폭발물 2개를 만들어 당일 오전 10시50분과 11시50분에 폭발하도록 설정했다.

이어 김씨는 같은 날 오전 5시30분께 과거 교도소 복역 동기로부터 소개받은 박모(51)씨에게 폭발물이 담긴 가방 2개를 전해주고서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 1개씩 넣어주면 3천만원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범 이씨는 “김씨에게 사다 준 재료가 폭발물 제조에 사용될지는 몰랐으며 약속한 3천만원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고, 박씨도 “가방에 든 내용물을 연막탄의 일종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께 호송차를 타고 서울청에 도착한 김씨는 취재진이 범행 동기를 묻자 “죄송합니다”는 말만 여러 차례 되풀이하다 “살고 싶지 않았다. 빚 독촉을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자 서울청과 남대문-서초경찰서 합동으로 폐쇄회로(CC)TV 영상과 교통카드 사용 내역, 목격자 진술, 현장에서 발견된 폭발물 자료 잔해의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수사를 전개했다.

그러던 중 범행에 사용된 국산 타이머를 지난 4일께 35~40세 남성이 경기도에 있는 제조회사를 직접 찾아 구입한 사실에 주목, 통신수사 등을 편 끝에 이씨와 김씨, 박씨의 인적사항을 특정하고 전날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은 “사건 동기는 반(反)사회적 이상성격자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거나 특정 정치적 목적을 띤 테러가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 범죄로 판단된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동기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주범 김씨에 대해서는 폭발물 사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이씨와 박씨는 불구속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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