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배경·배후 놓고 촉각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이어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의 누나 에리카 김이 전격 입국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정치권이 그 배경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민주당의 박주선 최고위원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어렵다. 보이지 않는 실력자를 통해 수사범위와 한계를 사전에 정해 놓고 얘기가 된 것 같다.”면서 “한 전 청장 등이 지금 들어온 것은 시간이 갈수록 레임덕이 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정권에 힘이 남아 있을 때 솜방망이 처벌을 줘서 끝내고 넘어가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권 초기에 비해 관심이 줄고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으니 지금밖에 들어올 시기가 없지 않았겠느냐.”면서 “그나마 이 정권에서 처벌받는 것이 최대한 자기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나라당의 친박(박근혜)계 한 의원은 “그동안 정권 핵심부와 검찰이 충분히 조율을 했을 것”이라면서 “정권의 뇌관을 제거하는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은 “둘이 동시에 들어온 게 신기하다.”면서 ”그러나 (이유를) 짐작하기에는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역시 검찰 출신인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아닌가.”라면서 “한 전 청장은 미국에 간 지 2년이나 됐고, 부인도 아프다고 하니 들어온 것으로 짐작되지만, 아무리 검찰 출신이라고 해도 수사를 해 봐야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창구·허백윤기자 shjang@seoul.co.kr
2011-02-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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