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이후] 지진파의 ‘증언’은 폭발

[천안함 침몰 이후] 지진파의 ‘증언’은 폭발

입력 2010-04-02 00:00
수정 2010-04-0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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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은 천안함 침몰 추정 시간을 4차례 바꿨다. 당초 지난달 26일 오후 9시45분에서 30분으로, 다음에 25분으로 변경했다. 최종적으로 군은 1일 지진파가 탐지된 시각을 근거로 9시21분에 천안함이 침몰했다고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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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기상청 백령도 관측소가 공개한 천안함 침몰 당시 광대역 지진계 기록(위). P파와 S파가 같은 시간 동안 비슷한 크기로 발생해 일반적인 자연지진과 다른 파형을 보였다. 자연 지진(아래)은 S파가 P파보다 진폭이 커 핵실험이나 폭발물 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기상청 제공
1일 기상청 백령도 관측소가 공개한 천안함 침몰 당시 광대역 지진계 기록(위). P파와 S파가 같은 시간 동안 비슷한 크기로 발생해 일반적인 자연지진과 다른 파형을 보였다. 자연 지진(아래)은 S파가 P파보다 진폭이 커 핵실험이나 폭발물 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기상청 제공
이런 식의 혼란상은 2001년 뉴욕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에도 나타났다. 당시 수많은 목격자가 있었고, 현장 기록 영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에 이용된 비행기와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충돌한 정확한 시각 추정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 이때 당국이 활용한 자료가 지진파였다. 주변 지진 관측소의 자료를 토대로 사건 발생시각을 역추적했다.

이처럼 지진파는 인공 폭발 규모와 발생 시각, 폭발 지역 등을 파악할 때 유용한 근거가 된다. 특히 지진파의 두 종류인 P파와 S파의 형태를 활용해 인공폭발인지, 자연지진인지 여부를 파악하기도 한다. 자연지진이 났을 때, P파는 지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파장으로 지진계에 가장 먼저 기록된다. S파는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움직이는 파장으로, 보통 P파보다 높은 운동값을 갖는다.

그런데 인공폭발의 경우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일시에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P파의 규모가 S파보다 오히려 커지는 경우가 관찰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에도 P파와 S파의 구분이 불명확한 모양의 지진파가 감지될 때가 있었다.”면서 “P파가 커지는 모습은 인공적인 폭발이 생겼을 때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P파와 S파의 모양은 천안함이 암초에 부딪혔을 가능성을 배제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암초와 부딪혔다면 수직 압력이 발생해 자연지진 상태에서와 마찬가지로 P파보다 S파가 크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홍 교수는 천안함의 피로파괴 가능성도 낮게 봤다. 홍 교수는 “노후된 배의 용접면이 절단되는 것만으로는 규모 1.5 수준의 지진이 났을 때와 같은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어렵다.”면서 “설사 함미가 바닥에 부딪혀 지진파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P파가 S파보다 낮게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백령도에서 탐지된 P파와 S파만으로 천안함 침몰 정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침몰 지점이 백령도에서 가깝기 때문에 P파와 S파가 거의 같은 시각에 관측지점에 도착, 분석도구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희경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사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천안함 침몰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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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파·S파·T파 지진파에서 P파는 파장의 진행방향과 매질(바닷물)의 이동방향이 같은 파장을, S파는 파장의 진행방향과 매질의 이동방향이 수직인 파장을 뜻한다. 지진파의 속도는 일반적으로 P파가 빠르고, S파는 P파보다 느린 특성을 보인다. T파는 해상 지진이나 해상 폭파 등 특수한 환경에서 생성되는 파장을 뜻한다.
2010-04-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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